탈팡 후폭풍에 로저스도 로켓배송···쿠팡, 신뢰 회복 시험대
탈팡 행렬에 지난해 4Q 적자···이용자수도 감소
변수는 무료배송 가격 상향 조정···탈팡 이어질수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심야 택배 업무 체험에 나선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정부·정치권과 갈등을 빚었던 쿠팡이 현장 체험을 이행해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의지다.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탈팡(쿠팡 탈퇴)이 이어지며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했고, 연령대별로 결제액도 감소했다. 쿠팡은 비회원 로켓배송 문턱을 높이며 멤버십 회원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인 가운데 이같은 쿠팡의 전략이 브랜드 신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약속 지키는 로저스 대표, 새벽 배송 체험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국회 청문회에서 염 의원이 "택배 야간 근무의 어려움을 알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던 것을 이행하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이날 배송 체험에 앞서 지난 12일 경기 성남 인근 쿠팡 캠프에서 배송 차량에 물품을 싣고 성남 일대 새벽배송 물량 배달에 나섰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당시 로저스 대표는 6시간에 걸쳐 약 400개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새벽배송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며 정부와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만 11개 기관, 400여명의 조사관이 투입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따라서 로저스 대표의 배달 체험이 정부와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이미 쿠팡은 실적 지표로도 대가를 치렀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2조8103억원(88억3500만달러·분기 평균 환율 1449.96원)으로 전년 동기 79억6500만달러 대비 11% 늘었다. 다만 직전(3분기) 매출이 달러 기준 5% 감소했고, 2021년 상장 이후 원화 기준 매출도 처음으로 하락했다.

쿠팡 이용자 수도 감소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3484만명에서 올해 2월 3364만명으로 두 달 만에 약 120만명 줄었다. 전체 월간 카드 결제추정액도 지난해 11월 4조4735억원에서 지난달 4조220억원으로 약 10%(4515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쿠팡 주간 활성 이용자(WAU)는 2828만19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1일~15일 이용자 수(2908만952명)보다 2.8% 적은 수준이다. 쿠팡 WAU는 정보유출 사태 이후 탈팡 현상이 확산하면서 2600만명대까지 줄었지만, 쿠팡이 고객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면서 회복세를 나타냈다.
◇무료 배송 기준 변경, 깐깐한 소비자 마음 되돌릴까
쿠팡은 내달 중순부터 일반 회원 대상 무료 로켓배송 기준을 높였다. 쿠팡은 일반 회원이 무료 로켓배송을 받기 위한 최소 주문 금액 기준을 기존 '할인 적용 전 판매가 1만9800원 이상'에서 '쿠폰·즉시할인 적용 후 최종 결제금액 1만9800원 이상'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변경 기준은 로켓배송뿐 아니라 익일 배송이 가능한 로켓그로스(판매자 로켓)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하는 금액은 1만9800원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즉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다. 또 쿠팡이 배송 금액 허들을 높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추가 구매해야하고 결제 금액 역시 자연스레 높아지기 때문에 타 이커머스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쿠팡 경쟁사들은 무료배송 기준을 낮추고 멤버십 혜택을 강화 중이다. 네이버쇼핑의 도착보장과 지마켓 스타배송은 각각 2만원, 1만5000원 선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SSG닷컴(쓱배송)도 새벽배송 문턱을 2만원으로 낮췄고, 11번가(슈팅배송)는 멤버십 유무와 관련 없이 단일 상품 무료배송에 나섰다.
특히 네이버플러스스토어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앱 신규 설치 건수가 233만건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쿠팡을 떠난 상당수를 네이버가 흡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이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배송 기준 강화 등 정책 변화가 소비자 체감 부담으로 이어진다면 쿠팡 신뢰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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