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가 부역할 필요있나”···검찰개혁법 최종안 발표날, 자문위 ‘전원사퇴’ 직전까지 갔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 위원들이 정부·여당의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중수청법) 최종안이 확정된 날 위원직을 전원 사퇴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진단 관계자 등이 만류하면서 실제 사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회의에선 “우리가 여기에 부역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 거친 말까지 오갔다. 출범 이후 5개월간의 자문위 논의와는 정반대 내용으로 법안이 마련되는 등 ‘구색 맞추기’에 동원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자문위 위원들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자문위 정례 회의에서 ‘자문위원 총사퇴’ 여부를 논의했다. 당초 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경찰의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할 참이었다. 그러나 당일 오전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공소청·중수청법 최종안이 공개됐고, 위원들은 이에 크게 반발해 애초 예정된 회의를 취소하고 계속 자문위 활동을 이어가야 할지부터 논의했다.
당·정·청이 최종 합의해 17일 내놓은 공소청·중수청법안을 보면 공소청 검사는 금융·노동·고용·세무·환경 등 직무에서 경찰처럼 수사 활동을 하는 일반직 공무원인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지휘·감독할 수 없게 된다. 검사의 권한 가운데 ‘영장 청구·집행 지휘’ 권한도 없어진다. 이런 권한은 앞서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는 포함됐었다. 최종안에는 경찰·중수청 수사관이 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 공소청 검사가 수사 중지를 명령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직무배제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삭제됐다.
자문위원들은 최종안에 자문위 회의에서 논의했던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위원들은 그간 회의에서 평소 수사 업무를 하지 않는 특사경의 수사 경험 부족 문제 등을 짚으며 이들에 대한 검찰 지휘는 부분적으로라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는데, 최종안은 오히려 이와 반대되는 내용으로 확정됐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우리가 여기에 부역할 필요가 있느냐”는 격한 반응도 쏟아냈다고 한다.
다만 일부 위원들이 “보완수사권 등 가장 중요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남았는데, 위원들이 다 사퇴하면 더 나쁜 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고, 추진단 직원들도 사퇴를 만류하면서 위원들은 향후 형소법 논의까지 마무리하기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개혁안에 대한 외부 전문가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자문위는 5개월간 논의를 거듭하면서 위원수가 16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처음 공소청·중수청법안을 입법 예고하자 검찰 수사권 및 지휘권 완전 폐지를 요구해온 자문위원 6명이 동반 사퇴했다. 이들은 “개혁 법안은 제2검찰청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지난 10일에는 위원장직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여권 강경파를 겨냥해 “개혁이라는 이름만으로 형사사법 체계가 급격히 개편된다면 그 부담과 위험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퇴했다. 출범 5개월 만에 아예 해체할 뻔 했던 자문위는 오는 31일 경찰 수사 실무자 등을 불러 지난 17일 논의하지 못한 검·경의 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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