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품절”…BTS와 아미가 함께 쓴 ‘완판 경제학’ [BTS 이코노미]
정국이 언급한 섬유유연제는 주요 쇼핑몰에서 물량이 순식간에 동났고, 뷔가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럭셔리 브랜드의 목걸이는 공개와 동시에 품절 됐으며 BTS 공연장 인근 호텔의 예약률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BTS를 둘러싼 '완판 신화'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이제 팬들의 소비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BTS '완판 경제학'의 탄생이다.

팬덤(Fandom)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팬덤의 경우 소비 반경이 앨범과 콘서트 티켓 등 아티스트의 오리지널 IP를 소비하는 문화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면, 최근에는 산업계 전반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이다.
경제 주체로서 팬덤의 영향력이 커지며 최근에는 '팬코노미(Fandom+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이제 단순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상품을 직접 제작, 유통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재창작하며 경제 활동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20년 발표한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팬심'을 바탕으로 자발적 소비를 하는 팬슈머는 기업 등의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업은 소비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등 소비자에 대한 관점이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팬코노미'의 중심에는 BTS와 그들의 팬덤 아미(A.R.M.Y)가 자리한다. 아미는 BTS 멤버가 방송이나 SNS에서 노출한 상품을 즉각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게시한다. 이후 이들은 이곳에서 구매 링크, 재고 현황, 해외 직구 방법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팬이 곧 '마케터'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BTS 멤버 정국은 공식 팬카페 채팅을 통해 평소 깔끔한 성격으로 한 브랜드의 섬유유연제를 즐겨 쓰며 향기가 마음에 든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는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이 제품은 국내 온라인 스토어를 비롯해 해외 사이트에서도 순식간에 모두 팔렸다.
특히, 이 제품의 경우 BTS가 모델로 나선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급만으로도 완판이 일어 눈길을 끌었다.
완판 행렬은 일상용품을 넘어 고가 제품군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23년 멤버 뷔가 글로벌 력셔리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된 뒤 공개된 '팬더 드 까르띠에 컬렉션' 컷에서 그가 착용한 3000만 원 대 목걸이가 곧바로 품절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소비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3년 9개월 만의 완전체 복귀를 앞두고 BTS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의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만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는 21일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진행되는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덕수궁 인근에 자리한 '더 플라자'의 경우 공연 당일 예약률이 100%에 달한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은 BTS 공연 이전에도 K관광 활성화와 비즈니스 고객 성수기로 예약률이 높은 편이었는데, 공연 일정 발표 이후 개인 고객과 여행사의 단체 투숙 문의가 빗발쳤고 현재는 만실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2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58조4236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최종 청약 경쟁률 607대 1을 기록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BTS 팬들 한국 기업공개(IPO) 대어 쫓는 '개미투자자' 행렬에 동참한다'는 기사를 통해 상장 예정인 빅히트의 주식을 한주라도 사려는 아미들의 열망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서 로이터 통신은 주식을 받기 위해 1억4000만원가량을 넣을 계획이라는 한 50대 여성 팬의 사례를 소개하며 "주식을 사서 BTS에 대한 지지를 보태려고 한다"며 "주식은 또한 내 BTS 소장품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여성의 말을 전했다.
이렇듯 BTS와 아미가 함께 만드는 '완판 경제학'은 소비재부터 관광·숙박 등 서비스업을 비롯해 금융 상품까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BTS와 아미로 대표되는 '완판 경제학'은 일반적인 소비 양상과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먼저, 팬덤은 소비자인 동시에 판매자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아티스트가 사용하거나 모델인 상품을 인터넷 공간에 직접 공유하고 구매 인증, 사용 후기 등 관련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런 소비 양상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는 SNS의 특성과 맞물리며 단순한 소비 이상의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통상 팬들은 인스타그램과 엑스(X) 등 SNS에서 자신들끼리 끊임없이 소통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한 정보가 대중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된다"며 "이 경우 팬이 아닌 일반 소비자의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 면세점을 방문한 김에 BTS 멤버 뷔가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티르티르'의 립스틱을 구매했다고 밝힌 이소미(28세·자영업자)씨는 "자신은 BTS의 팬은 아니다"라면서도 "평소 엑스를 즐겨 하는데, 뷔가 모델이 된 이후 티르티르 제품을 알리는 게시물이 유독 눈에 많이 띄어 궁금한 마음이 들어 사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팬코노미는 아티스트와 팬덤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특징도 지닌다. 팬들은 제품 자체보다는 그동안 아티스트가 축적해 온 가치관과 취향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특히 BTS는 그간 음악과 사회적 발언을 통해 '신뢰의 이미지'를 축적해 온 만큼 이러한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교수는 "세상에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은 너무 많다"라며 "그렇기에 최근에는 소비에 있어 '서사'가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팬들의 경우 BTS 멤버들이 직접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상품이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팬덤이 만들어내는 경제 효과에 산업계는 너도나도 BTS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모델 기용부터 BTS와 기업체가 협업하는 형식 등 방법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BTS가 갤럭시 시리즈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열린 '갤럭시 언팩 2026' 행사에서 BTS의 멤버 슈가가 등장하는 신제품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 밖에도 BTS는 그룹 활동 외에도 멤버 7명이 모두 국내외 기업의 모델로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산업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BTS는 2026년 3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광고모델 브랜드평판'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어떤 산업이건 간에 브랜드가 워낙 많아져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한데, 아이돌이나 유명인을 모델로 발탁하면 확실히 팬덤이 유입되며 매출 상승의 효과가 있다"며 "이 밖에도 최근에는 모델과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도 함께 진행할 수 있어 이에 따른 연쇄적인 효과도 상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BTS와 같은 글로벌 스타를 모델로 발탁하면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까지도 해당 기업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만큼 단순한 매출 이상의 가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