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HBM4 16단 시제품에 삼성 HBM4E 시제품으로 응수 시제품은 개발 완료 전 단계…아직 상품성 보장 못 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코스피 40% 차지…진중함 필요
SK하이닉스가 지난 1월 CES에서 HBM4 16단 '시제품'을 공개했다. 올해 엔비디아의 AI칩에 들어가는 HBM4 12단보다 4단이나 더 쌓은 모델이다. HBM은 높이 쌓는 것이 곧 기술력인데, 하이닉스는 16단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질세라 최근 GTC에서 HBM4E '시제품'을 선보였다. 4E는 4보다 한 세대 다음 모델이다. E는 'Extended(확장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HBM4E는 내년에나 상용화될 전망인데 벌써부터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4E의 적층 단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제품은 모두 시제품이다. 시제품은 상용화 전 단계로 아직 상품성을 보장할 수 없는 초기 제품이다. HBM은 '시제품 공개→개발 완료→샘플 공개→고객사 확인→양산→출하' 단계를 거쳐 시장에 나온다. 최소한 고객사에 샘플을 보내 퀄리티 테스트를 통과해야 상품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제품은 초창기 단계로 수율을 보장할 수 없다. 1000개 혹은 1만개의 실패작 중 한 개만 성공해 만들어내도 시제품으로 불린다.
HBM 공정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16단 이상 쌓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HBM의 진화 단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초기 HBM은 4단으로 시작했다. 이후 4단씩 높아졌다가 지금은 그 진화가 멈췄다. 'HBM(4단)→HBM2(8단)→HBM2E(8단)→HBM3(12단)→HBM3E(12단)'과 같은 순서다. 이러한 과정이면 HBM4는 16단이 됐어야 했는데 12단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16단 적층을 두고 본딩 장비사에서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를 도입해 16단 이상 적층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과, 기존 TC본더로 층수를 높이는 대신 면적을 넓혀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친다. 16단을 쌓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발열이나 수율 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잇따라 등장한 SK하이닉스의 HBM4 16단 시제품과 삼성전자의 HBM4E 시제품은 정보의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앞서 말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일반 투자자가 세세하게 알기란 어렵다. 시제품 공개 정보만을 접하고 회사의 기술력으로 이해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사실상 상용화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메시지로 말이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어떠한 의도로 아직 상품성이 보장되지 않은 시제품을 내세웠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HBM 신제품 개발과 출시를 둘러싼 모든 학습과 이해, 판단은 투자자 자신의 몫이겠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 총액의 40%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야말로 두 반도체 회사가 코스피를 이끌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약진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다만 일주일 새 몇 번씩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최근 우리증시의 현실을 직시할 때, 코스피를 이끄는 두 회사의 보다 진중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계 최강 미국이 전쟁을 주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