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산불 1년, 387ha 긴급벌채 속도전…2차 피해 차단 총력

서충환 기자 2026. 3. 19. 17: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가·도로변 고사목 우선 제거…장마 전 작업 박차
벌채 수익 환원·사방공사 병행…토사 유출 우려 대응
▲ 청송군 파천면 관리 속칭 '큰골'에서 불에 타버린 나무를 작업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충환 기자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17일, 청송군 파천면 관리의 한 야산.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기 시작한 산자락에는 전기톱 날이 나무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리와 중장비 엔진음이 쉼 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초대형 산불이 할퀴고 간 자리는 여전히 처참했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작업자들의 분주한 손길은 재해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내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나무들은 여전히 고사한 채 곳곳에 서 있었으나, 이는 더 이상 방치된 폐목이 아닌 정비의 대상으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산 아래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안과 안도를 동시에 내비치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불탄 나무들이 위태롭게 서 있을 때는 바람만 불어도 집을 덮칠까 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군에서 중장비를 끌고 와 싹 치워주고, 베어낸 나무를 판 돈까지 돌려준다니 상심했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나무를 몽땅 베어내고 나면 다가올 여름 장마철에 헐거워진 토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못했다.

현장은 '긴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다. 굴착기는 가파른 산비탈에 길을 내듯 육중한 몸체를 움직였고, 벌목된 나무들은 일정한 길이로 잘려 산기슭에 차곡차곡 쌓였다. 현장의 작업자들은 안전모와 방진 마스크로 무장한 채,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방향과 나무의 기울기를 정교하게 계산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자칫 계산이 어긋나면 거대한 고사목이 인근 민가나 도로로 넘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 산불로 고사된 나무를 제거한 정상 부근에서 중장비가 분주히 베어 낸 나무를 나르고 있다. 서충환 기자

이날 오후 파천면 관리 속칭 '큰골'의 야산 정상 부근에서는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잘려나간 나무를 산 아래로 옮기는 두 대의 중장비가 뿜어내는 굉음이 계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보기에도 아찔한 경사지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작업을 이어가는 인부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산 경사가 워낙 가팔라서 벌채는 꼭 해야 할 일이지만, 작업 환경이 너무 위험해 보여 지켜보는 내내 애가 타고 눈을 뗄 수가 없다"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럼에도 작업자들은 숙련된 솜씨로 아름드리나무들을 하나씩 낚아채 정해진 장소로 옮기며 전문성을 과시했다.

청송군이 추진 중인 '산불피해지 위험목 제거사업(긴급벌채)'은 고사한 나무가 강풍이나 폭우에 쓰러져 발생할 수 있는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한 고사목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히 서 있는 듯 보였으나, 화마로 인해 뿌리와 줄기가 이미 속부터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힘없이 흔들릴 만큼 위태로운 상태였다. 이번 사업은 파천면 관리 산 46번지를 포함한 총 387.62헥타르라는 방대한 면적에서 진행되며, 특히 해빙기를 맞이한 2월부터는 장마 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작업 속도가 한층 빨라진 상태다.

▲ 지난해 봄 산불로 타버린 나무를 한 곳에 모아두고 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는 황토색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민둥산으로 변해버렸다.
▲ 지난해 봄 청송지역을 할퀴고 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진보면의 한 야산에서 고사목을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서충환 기자

경제적 지원책도 병행된다. 산비탈 중턱에서 수거된 산물은 전문 업체를 통해 바이오매스 자원 등으로 매각되며, 청송군산림조합은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바탕으로 톤당 3만 5600원의 환원금을 산주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갑작스러운 산불로 소중한 산림 자원을 잃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동시에, 벌채 동의율을 높이는 중요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비록 토사 유출을 우려해 동의를 망설이는 일부 산주들이 있으나, 산림 관계자들은 "죽은 나무는 시간이 갈수록 뿌리가 썩어 지지력을 상실하므로 방치가 더 큰 재앙을 부른다"고 입을 모았다. 군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벌채와 동시에 사방 구조물을 설치하고 계곡을 정비하는 공학적 복구 기법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이번 긴급벌채는 청송군이 그리는 '산림 대개조'의 서막이다. 군은 올해 산불 피해지 복구 조림과 정책 숲 가꾸기에 총 113억 원을 투입해 숲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진보면 각산리 일대에는 17억 원을 들여 대규모 도시숲을 조성, 탄소 흡수원 확충과 주민 휴식 공간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잿더미 위에서 다시 시작된 청송의 산자락은 이제 절망의 소음이 아닌, 더 건강하고 가치 있는 미래의 숲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의 엔진음을 내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