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월세에 세금까지 껑충…살아나던 소비심리 다시 꽁꽁

서민우 기자 2026. 3. 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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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고 덮친 가계…주거비 압박에 침체 경고등
유가 10% 오르면 물가 0.5%P 상승
쌀·달걀·축산물 등 고공행진 지속
종부세 대상 ‘비거주 1주택 월세’ 등
稅부담 커지고 금리인상까지 거론
“개별 가계 넘어 소비전반 둔화 우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폭으로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보유세액도 많게는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18일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열람해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억 5000만 원이었던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12억 600만 원으로 2억 5000만 원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직장 때문에 이 집에서 월세 200만 원을 받아 현재 거주 중인 다른 아파트 월세를 내던 A 씨는 앞으로는 월세 소득에 대한 소득세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는 “가뜩이나 직장인들의 소득세율이 높은데 보유세에 월세 소득세까지 더해 연간 400만 원 이상을 더 내야 할 상황”이라며 “아이들 학원을 줄이거나 ‘마통(마이너스통장)’을 뚫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되살아나는 듯했던 국내 소비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두 달 연속 상승했지만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휘발유 등 기름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쌀을 비롯한 식탁 물가가 이미 고공 행진하고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전월세 매물이 줄면서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1900원을 돌파했던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이 ℓ당 1800원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다시 최고가격을 정해야 하는 27일 이후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의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유가가 10% 오르면 헤드라인 물가를 약 0.5%포인트 밀어 올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하고 150달러까지 치솟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에서는 물가가 2.9%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봤다.

식료품 물가도 급등하며 소비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 일부 가공식품이 가격을 최대 14.6% 내렸지만 달걀과 쌀·축산물 등 식탁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6만 2951원으로 1년 전보다 13.65% 뛰었다. 같은 기간 소 안심(100g)은 1만 5639원으로 약 14.6%, 달걀 30구는 6772원으로 8.4% 상승했다. 음식·숙박·학원비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5%까지 치솟으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세금도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고 있다. 서울의 공시가격이 올해 19% 가까이 급등하면서 종부세 과세 대상(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에 진입한 주택은 48만 7362채로 전년 대비 53.6% 늘었다. 특히 종부세 과세 대상 중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월세 수익분에 대한 과세가 본격화된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단지 사례를 보면 세 부담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단지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1억 7000만 원에서 올해 15억 31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월세를 360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연간 임대수입은 4320만 원 수준이다. 국세청 기준에 따라 필요경비와 기본공제를 적용하면 단순경비율 기준으로 산출세액은 약 250만 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산출세액의 10%)를 포함하면 실제 납부세액은 약 270만~28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고현식 세무사는 “임대소득세는 경비율 적용 방식과 종합과세 여부에 따라 세액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며 “실무적으로 약 200만~400만 원대 세 부담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거비 부담도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다주택자 규제 예고로 전월세 매물이 잠기면서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0.24로 전년 대비 2.4% 올랐다. 수도권은 0.33%, 서울은 0.41% 상승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월세는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 성격의 소비로 가격이 오르면 외식과 여가 등 선택적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개별 가계 수준을 넘어 전반적인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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