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영상 없으면 교환·환불 불가" 공정위 제재 뒤에도 남은 굿즈 환불 장벽

#개봉 영상 첨부…까다로운 환불 조건

단순히 영상의 유무뿐 아니라 촬영 방식이나 화질을 문제 삼아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B씨는 굿즈의 파손을 발견하고 개봉 영상을 제출했음에도 교환을 거부당했다. 판매사 측은 “영상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송장 번호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소비자가 영상을 찍었음에도 판매자가 설정한 지침이 사실상 환불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행은 팬덤 문화와도 맞물려 있다. 아이돌 굿즈 시장에서는 팬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최애’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같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이른바 ‘앨범깡’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이 과정에서 구성품을 확인하기 위해 개봉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언박싱 영상’도 흔히 촬영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굿즈를 판매하는 한 온라인몰 게시판에는 개봉 영상 촬영 공지가 게시돼 있다. 판매사 측은 “교환·반품 시 이를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라며 “영상 자료가 없을 시 교환·반품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개봉 영상을 남기지 않아 누락된 상품을 환불받지 못했던 C씨는 이후 굿즈를 개봉할 때마다 영상을 촬영해두고 있다. 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항상 개봉 영상을 찍어두는 편”이라며 “팬들 사이에서도 개봉 영상을 남겨두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주문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 제품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가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의 청약철회 등 계약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악용 방지” vs “청약철회 방해”…공정위 판단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소속사(하이브·YG·SM·JYP) 굿즈 판매업체에 이 같은 약관을 두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상품 개봉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없으면 환불을 거부하는 해당 약관은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 개봉이 끝나 영상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이를 요구하는 등 청약철회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개봉 영상 요구가 과도한 수준이거나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경우라면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이후에도 유사한 환불 방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팬덤 굿즈 시장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6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소비의 주축 역시 13세에서 24세의 젊은 팬들이다.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청소년 소비자를 보호할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당시의 공정위 판단에 대해 하이브 측에 의견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재은 인턴기자(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