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잠든 사이 쿠팡만 웃었다…새벽배송 규제의 역설
마트 묶자 전통시장도 동반 주춤
이미 시장 주도권은 이커머스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정치권과 생존권을 내세운 소상공인이 충돌하는 구도다. 다만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낡은 규제가 오프라인 유통 생태계 전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존권 위협 vs 명분 잃은 규제
19일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이들은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 추진 반대 집회를 열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은 골목상권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대형마트가 사실상 24시간 영업 체제를 갖추게 돼 소상공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위헌 소송을 거론할 만큼 강경하다.
이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약해진 상권 때문이다. 국내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600만개에 달한다. 소비 위축과 비용 부담이 겹치며 이들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는 온라인 침투가 빠르게 진행된 영역이다. 2024년 온라인 식품 거래액이 4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 골목상권의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으며 현실과 괴리가 커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을 적용받는다. 이 시간대에는 온라인 배송을 위한 포장·반출도 금지된다.
반면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은 24시간 제약 없이 새벽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유통업임에도 규제 적용에서 엇갈리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이에 따라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대형마트와 SSM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의무휴업일 폐지까지 포함한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누가 적일까
현재 국내 유통 산업의 소비 패턴과 시장 구조는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다. 새벽배송을 경험한 소비자가 절반을 넘어서며 '편의성 중심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기본값으로 선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3년 약 38조원에서 2024년 220조원 수준으로 6배 가까이 확대됐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은 축소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형마트 52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202곳이 문을 닫았다. 실제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며 점포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최근 5년 중 4년 동안 역성장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유통업 규제에 대한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오히려 정상 영업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의 손발을 묶는다고 해서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한경연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며 "결국 오프라인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가 아닌 온라인 소비 확대를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고 분석했다.
물론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대형마트의 상황이 단기간에 달라지기는 어렵다. 물류 인프라 투자와 운영 효율 측면에서 이미 이커머스 기업들에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시스템 구축과 배송 경쟁력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은 유통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어서다. 대형마트 규제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 유통업 전체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물류 인프라를 지역 상권과 공유하거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오프라인 연합전선'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트의 온라인 거점 기능을 허용해 인근 골목상권과 배송망을 나누는 식의 실질적인 상생 모델이 기존 규제보다 소상공인에게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논쟁의 본질은 대형마트를 막느냐 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경쟁의 주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오프라인 업태만을 옥죄는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며 "오프라인이 온라인과의 속도전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유통 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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