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관계 모색하고 예술과 일상 경계 허무는 시간

류민기 기자 2026. 3. 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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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새 공동체 모색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국내외 작가 14명 참여…사회 구조 등 다층적 탐구

공립미술관 첫 <MMCA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여인·동물·얼굴부터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선보여
6월 28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기획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이 열리고 있다. 로비 천장에 설치된 작품. /류민기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이 두 가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하나는 나와 우리를 마주하는 기획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다른 하나는 피카소의 꿈과 작품 기증자의 뜻을 살펴보는 특별전 <MMCA 이건희컬렉션 : 피카소 도예>다.

개인화된 현대인에게 '우리'란 무엇인가

전통사회에서 개인은 국가·제도·가족·조직을 통한 '우리'라는 개념에 늘 속해 있었다. 경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은 전통적인 의미의 우리를 넘어 '개인'과 '공동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는 뜻으로 기획됐다. 쉽게 말해 전시는 지극히 개인화된 현대인이 '우리'(공동체)와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서로 다른 개인의 서사는, 자신만의 자리에서 세계를 감각하고 언어화하는 방식들을 통해 전통적 공동체와는 다른 결의 '함께 있음'을 형성한다. (중략) 미세한 균열과 사소해 보이는 몸짓, 말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집중될 때, 우리는 공동체의 현재형을 어렴풋이 짚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서 개인은 고립된 독립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연결과 책임을 통해 하나의 주체로 선다." (전시 서문 중)

전시는 3개의 키워드로 구성된다. '나에게서 시작된,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남겨진 얼굴들, 이어지는 목소리들', '인간 이후를 상상하는 방법들'에 이르기까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감각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각각 1·2·3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중 1전시실 모습. /류민기 기자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중 2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박영숙 작 '미친년들 시리즈 #1'(왼쪽)과 '미친년들 시리즈 #3'. /류민기 기자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중 3전시실 오주영 작 '황조롱이 드론' 앞에서 전시 설명이 진행되고 있다. /류민기 기자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중 3전시실 에이샤-리사 아틸라 작 '수평-바카수오라'. /류민기 기자

1전시실에 들어서면 개인의 내면을 마주한다. 이곳에서의 작업은 스스로에게 다시 말을 거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들은 조형과 언어의 형태로 번역되는데, 고립된 내면 안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다른 각도로 비추는 계기가 된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현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2전시실과 영상전시실·특별전시실은 삭제되거나 주변부에 머물렀던 목소리들을 사진과 영상, 텍스트를 통해 현재로 소환한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존재들로 배치된다. 남겨진 얼굴들을 통해 이어져야 할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말을 관람객들이 떠올리도록 했다.

3전시실에서는 인간 중심 이후의 감각과 관계 방식을 실험한다. 어떤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를 따라가야 하며, 어떤 것들은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할 책임이 있고 그에 따르는 윤리는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게 한다. 책임과 돌봄, 감각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이번 전시에는 오묘초·오화진·이은희·서성협·이진주·박영숙·안유리·뮌·추미림·황효덕·오주영·에이샤-리사 아틸라·이민진·해파리 등 국내외 작가 14명(팀)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회화·설치·사진·영상·사운드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 51점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감정, 위치성을 바탕으로 오늘의 사회 구조와 기술 환경,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 중 5전시실 모습. /류민기 기자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 <MMCA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중 5전시실 모습. /류민기 기자

도자기로 만나는 피카소 예술혼

경남도립미술관 3층에서 열리는 특별전 <MMCA 이건희컬렉션 : 피카소 도예>는 피카소의 도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꾼 거장이자 입체주의를 개척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말년의 피카소는 화가이자 조각가라는 명성을 넘어 흙과 불이라는 원초적 재료 속에서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도예는 그에게 회화와 조소·판화 등 그동안의 실험을 하나로 엮는 창작의 장이 됐다.

4전시실에서는 여인·동물·얼굴 등 피카소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모티프를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5전시실에서는 스페인 출신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투우와 그리스·로마 신화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피카소의 도예는 공예적 실험을 넘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였다. 그는 판화의 '에디션' 개념을 도자에 적용하며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일상에서 사용하기를 꿈꿨다. 예술이 특정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랐다.

"비주류로 인식되었던 소박한 예술, 장인의 예술, 공방의 예술인 도예는 피카소에게 장르 간의 경계를 재정의할 방법, 더 정확하게는 이 경계를 자유롭게, 끊임없이, 즐겁게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알려주었다. '조각은 무엇인가? 회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진부한 생각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정의에 매몰되어 예술가의 역할이 새로운 생각과 정의를 만드는 것임을 망각한다.'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 피카소미술관 큐레이터 요한 포플라르(johan popelard)가 쓴 <피카소와 도자기> 중)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 <MMCA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중 4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피카소 작 '말을 탄 목신'. /류민기 기자
6월 28일까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 <MMCA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중 4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피카소 작 '여인 램프'. /류민기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피카소 도예 작품 97점을 선보인다. 특히 공립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피카소 도예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지역동행'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예술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랐던 피카소의 꿈과 수집한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기증자의 뜻이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장은 "문화·예술 콘텐츠가 수도권에 편중된 현실을 완화하고 도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립미술관과 협력해 마련한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8일 개막한 두 전시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일반 1000원, 청소년과 군인은 700원이다. 전시장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해설(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화~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5회,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4회 진행된다. 문의 055-254-4600.

/류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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