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5천600명 태우고 인천항찾은 17만t급 크루즈…'바다위 거대도시'
인천항, 역대 최대 크루즈 실적 예고…'교통 등 인프라 구축' 과제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19일 오전 11시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앞 바다에 로얄캐리비안의 초대형 크루즈선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것보다 긴 347m의 선체가 접안하자 거대한 성벽이 우뚝 선 듯한 장관이 연출됐다.
중국과 홍콩 등을 기반으로 운항하는 이 선박은 16만9천379t급으로, 인천항에 기항한 크루즈 중 역대 2번째로 큰 규모다.
이날은 승객 4천29명(중국인 3천489명)과 승무원 1천600명 등 5천600여명을 태우고 입항했으며, 올해만 인천항에 13차례 기항할 예정이다.
기자단 팸투어를 통해 공개된 선내는 '바다 위 거대 도시'라는 수식어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설계된 만큼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실내 공간이 짜임새 있게 조성됐다. 내부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도 여럿 전시됐다.
16층 규모 선박에서는 한 번에 1천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정찬 식당과 8곳의 유료 식당이 성업 중이다.

상층부에는 암벽 등반과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시설과 함께 탁구, 범퍼카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한 실내 공간 '씨플렉스'가 자리했다.
특히 망망대해에서도 승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힘준 흔적이 역력했다.
1천4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는 브로드웨이 수준의 공연이 펼쳐지고, 200석 규모의 '투70'(Two70) 카페 극장에서는 아크로바틱 등 하루 6차례 쇼가 열린다.
로얄캐리비안 선사 관계자는 "미국 마이애미에 자체 스튜디오를 두고 캐스트를 양성할 만큼 공연에 힘을 싣고 있다"며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쇼를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루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형 수영장은 물론, 8년 전 업계 최초로 도입해 눈길을 끈 '로봇이 술 만들어주는 칵테일 바'도 찾아볼 수 있었다.

초대형 크루즈를 움직이는 글로벌 운영진은 인천항 기항의 장점으로 '안전성'과 '쇼핑'을 주로 꼽았다.
18년간 크루즈 업계에 몸담은 이고르 벤코비치 호텔 디렉터는 "밤 8∼9시에 나가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 크루즈 부두로서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개인적으론 '할머니 손맛' 같은 로컬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매우 큰 가치"라고 말했다.
승객과 승무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선사 측에 따르면 1천600명에 달하는 다국적 승무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대신 주로 인천 일대에서 쇼핑과 관광을 즐기며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노선을 찾는 서구권 승객이 늘며 인천항 크루즈 시장의 다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과거 중국 모항 노선은 중국인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최근 7박 일정의 일본 기항 노선에는 미국인 1천명과 영국인 500명 등이 탑승할 정도로 영미권 승객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글로벌 체인망을 통해 판매되다 보니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서구권 승객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천항이 단순한 기항지를 넘어 다변화된 승객들을 수용하려면 주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벤코비치 디렉터는 "5천명에 달하는 인원이 입항하면 1시간 안에 4천명 정도가 내린다"며 "이 정도 인원을 수용할 택시 등 교통편이 인천에 많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인천항은 역대 최대 크루즈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32항차)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132항차의 크루즈 입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크루즈 호황에는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일본 관광 제한) 등 국제 정세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입항 예정인 크루즈 가운데 중국발(發)이 80%에 달한다.
인천항만공사(IPA) 관계자는 "실제 인천을 한 번 찾은 뒤 지속적으로 기항하는 크루즈가 많다"며 "대규모 여객 수용을 위한 인프라 개선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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