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파병 압박 속 EU 정상회의···경제 논의서 ‘복합 위기 시험대’로

박은경 기자 2026. 3. 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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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크리스토둘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앨런 딜런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중소기업 및 소매 담당 국무장관(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삼자 사회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의는 19일 개막하는 EU 정상회의에 앞서 열렸다.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애초 유럽 경제 활성화를 논의할 기회로 기대됐던 EU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 중동 긴장 고조, 대서양 갈등 등이 겹치며 ‘복합 위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유럽이사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개막해 이틀간 진행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중동 군사 긴장 고조와 이란 상황, 그리고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및 에너지 안보 영향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2일 초청 서한에서 중동 긴장 고조가 글로벌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이미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번 회의가 사실상 전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900억유로(약 155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헝가리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미래 지향적 논의로 예정됐던 회의가 복수의 위기를 동시에 관리하는 국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 따르면 정상들은 단일시장 심화와 기업 부담 완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에너지·국방·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지정학적 위기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쟁점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다. 우크라이나의 대러 대응 능력을 좌우할 900억 유로 규모 지원은 헝가리가 거부권을 철회하느냐에 달려 있다. EU 정상들은 지난해 12월 해당 지원에 합의했지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후 입장을 번복했다.

이와 관련해 유로뉴스는 재선 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와 EU가 야당 지도자 페테르 머자르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이 다른 회원국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오르반 총리는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대부분 회원국과 대립하며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또 다른 핵심 의제는 미·이란 전쟁 확대와 미국의 파병 요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재개하기 위해 유럽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유럽은 유엔 승인 없는 군사 개입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불만을 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EU 정상들은 ‘아스피데스’와 ‘아탈란타’ 등 기존 해군 임무를 강화하는 대신,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확대하지는 않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 초안은 모든 작전이 기존 임무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기후 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U 배출권 거래제(ETS)를 두고 회원국 간 견해차가 크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 10개국은 ETS가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며 재검토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일부 회원국은 ETS가 탄소 감축과 녹색 전환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며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가스 가격 상한제 역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회원국 간 입장 차가 커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들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단기 대응책 마련을 집행위에 요구할 계획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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