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었다"... 미국·이란 전쟁, 에너지 시설 공격에 확전 양상

곽주현 2026. 3.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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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복으로 카타르 '라스 라판' 공격
에너지 시설 공격 주고받는 건 처음
"전쟁 5월까지 지속될 가능성 높아"
트럼프 "이, 가스전 공격 더 안 할 것"
2014년 1월, 이란 남부 도시 캉간 인근 페르시아만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시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며 시작한 전쟁이 그간 '레드라인(한계선)'이었던 에너지 시설 타격을 계기로 더 대규모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란은 '눈에는 눈' 식의 보복을 다짐하며 카타르 세계 최대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타격했고, 다른 국가의 에너지 시설 타격도 예고했다. 그간 비교적 관망적 태도를 유지했던 중동 국가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카타르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간) 엑스(X)에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 5발 중 4발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으나, 1발이 라스 라판 산업단지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라스 라판은 국영 카타르에너지의 LNG 플랜트와 정유 시설이 있는 대규모 산업 단지로, 전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카타르는 세계 2위 LNG 수출국이자 아시아 최대 공급국이다.

이란에 의한 이 공격은 같은 날 이스라엘이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및 생산 시설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페르시아만 해역에 위치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및 응축유 매장지로, 이란 전체 가스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어 경제의 중추로 여겨진다.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설 일부가 타격을 입었고, 그 결과로 이란 전력의 15%가량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부셰르주에 위치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이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생산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의 사우스파르스 공격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미국은 이란의 군사 및 핵 시설을 위주로 공격을 감행했고, 이스라엘에도 최대한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이 이웃 국가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보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전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간 서로 불가침 영역으로 여기던 에너지 시설 파괴가 시작된 것이다. 이란 전시 최고위 지도자 중 한 명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앞으로 우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열거하며 "이제 이들은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은 "전쟁의 추는 사실상 제한된 전투에서 전면적 경제전으로 넘어갔다"며 "오늘 밤을 기점으로 레드라인은 바뀌었다"고 비난했다.


중동 12개국 "확전에는 확전으로 맞설 것"

이란의 첫 번째 반격 대상이 된 카타르는 전쟁 시작 이후 가장 강경한 대응을 보였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날 이란의 군사 및 안보 인사들을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24시간 내 카타르 땅에서 나가도록 지시했다. 미국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카타르 당국자들은 백악관 고위 관리들에게 연락해 해명을 요구했고,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에미르(국왕) 간의 긴급 통화를 주선하기 위해 논의했다.

이번 공격으로 그간 참전을 자제해 왔던 걸프국이 움직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슬람권 12개국 외무장관들은 1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에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군사적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며 "확전에는 확전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중동 전쟁의 심각한 확전이며, 장기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평가기관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욘 솔트베트 부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가스전 공격으로 이번 전쟁이 5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장 명확한 종결 시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액시오스와 월스트리트저널,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여러 매체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이 이스라엘 총리실과 백악관 간 조율하에 실행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 이후 국제 유가가 급상승하고 걸프국이 강하게 반응하는 등 확전 양상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불'을 끄려 직접 등판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시치미를 뗀 뒤 "이란이 카타르를 다시 공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더 이상 사우스파르스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문자를 써서 강조했다. 반면 이란이 다시금 카타르 LNG 시설을 공격한다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위력과 파괴력으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완전히 폭파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 수천 명 추가 파병 검토" 보도

한편 미국·이란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8일 미 정부 관계자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미군이 대(對)이란 군사 작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번 추가 파병 규모는 2,200명 규모의 신속대응부대인 제31 해병원정대(MEU)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란 고위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작전'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란 내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이어 정보전을 총괄하던 에스마일 카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이 18일 이스라엘 공격에 숨을 거뒀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는 라리자니 사무총장과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에 맞춰 엑스(X)에 낸 성명에서 "흘린 피 한 방울마다 마땅한 응보가 따라야 한다"며 "순교자들을 살해한 범죄자들은 머지않아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수를 부르짖은 이란은 집속탄을 사용해 보복 공격을 개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등 6명이 사망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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