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는 물가를 흐리지 않고 조용히 떠난다

조문욱 기자 2026. 3.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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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휴대전화로 짧은 동영상을 보다가 '한라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뜨자 곧바로 클릭하고 감상했다.

내용은 한라산을 등반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버리자 우리나라 대학생이 그들에게 따뜸한 일침을 넣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8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가 지난 백록담 주변 암석지대에 19년 전에 설치한 낡은 나무데크 교체를 위해 기존 데크를 뜯어 냈더니 그 아래 온갖 쓰레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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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위원

며칠 전 휴대전화로 짧은 동영상을 보다가 '한라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뜨자 곧바로 클릭하고 감상했다.

내용은 한라산을 등반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버리자 우리나라 대학생이 그들에게 따뜸한 일침을 넣는 내용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라산을 오르던 중간에 점심을 먹고 빈 음식 용기를 탐방로 주변에 버리자, 이를 본 한 대학생이 "한라산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그러나 그 관광객들은 "남들도 다 버린다. 당신이 뭔데 상관하느냐"며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 수거를 거부했다.

그러자 그 대학생은 "한라산에 쓰레기를 버리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당신들을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그 관광객들이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내용이다.

최근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인 네팔의 에베레스트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에베레스트산은 해발 8848m의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세계 각국 산악인들의 로망이다.

1953년 뉴질랜드의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세계 최초로 정상을 밟은 에베레스트. 그 후 70년 넘게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출신 고상돈 대원이 1977년 한국이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이후 많은 국내 산악 원정대가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고 있다.

이처럼 에베레스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산악인들이 찾는 인간 도전 한계의 상징이다.

최근에는 굳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에베레스트 주변 히말라야를 걷는 트레킹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극지 체험'이 최근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전문 산악인들도 이 곳을 도전하고 있고, 이같은 흐름에 따라 다양한 트레킹 여행상품이 출시됐다.

게다가 상업등반이 보편화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고정 로프설치, 산소통 제공, 셰르파 지원, 식량 공급 등의 패키지가 구성돼, 1억원 안팎의 비용만 지불하면 비전문 산악인들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에베레스트는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후위기로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그동안 그 속에 묻혀 있던 온갖 쓰레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2024년 7월 기준 에베레스트에는 50톤이 넘는 쓰레기와 200구 이상이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라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가 지난 백록담 주변 암석지대에 19년 전에 설치한 낡은 나무데크 교체를 위해 기존 데크를 뜯어 냈더니 그 아래 온갖 쓰레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페트병, 비닐봉지, 발열팩, 음식물 포장지 등 엄청난 양의 생활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겉으로는 깨끗해 보였던 백록담 정상 데크 아래는 탐방객들이 틈 사이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오랜 세월 고스란히 쌓여 있던 것이었다.

에베레스트 만년설 아래와 백록담 테크 밑에서 드러난 '보이지 않는 쓰레기'는 단순한 쓰레기 투기 문제가 아니라 환경 의식에 대한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를 위해 과태료 부과, CCTV를 통한 감시, 쓰레기 되가져 오기 캠페인 전개 등 다양한 방법들도 성패 여부는 이용자들의 의식에 달려다.

"내 쓰레기는 내가 가져간다"는 간단한 기본 원칙 준수가 절실하다.

사람이 머물던 곳에는 어디나 흔적이 남는다. 아름다운 발자국 만이 아니라 흉터처럼 남는 아픈 상처도 있다.

물새는 자신이 노닐던 물가를 흐리지 않고 조용히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