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회복하자마자 '악재'…건설업계, 유가에 흔들
공사비 인상→고분양가→미분양 '악순환'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모처럼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쐈지만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요동치면서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시공 원가율 정상화로 회복세가 뚜렷했던 수익 구조가 유가 상승으로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순위 1~10위 대형사 중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한화건설부문 등 6개 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과거 몇 년간 수익성 하락이 두드러졌던 11~30위 내 상장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연 매출은 줄거나 소폭 증가에 그쳤음에도 수익성은 대체로 확연히 개선됐다.
일례로 금호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4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818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2조173억원으로 5.4% 증가했고 매출원가율은 104.9%에서 93.8%로 크게 낮아졌다. 동부건설 역시 2024년 -906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6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한신공영은 매출이 22% 감소했지만 영업익은 77% 증가했고, 태영건설은 매출이 19%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계룡건설산업도 매출이 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3% 급증했다. KCC건설과 HL디앤아이한라도 원가율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각각 30% 이상 늘었다.
건설업계에선 원가율 정상화를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시작된 유가 급등으로 운송비는 물론, 철강·시멘트·레미콘 값이 동시에 치솟았지만, 지난해부터 안정세를 보였고 원가율 개선 노력과 선별 수주 전략이 녹아들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가가 치솟으면서 업계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고 최고가격제 시행 후 국내 유가는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유값 기준으로 전쟁 발발 전보다 리터당 400원가량 높은 1800~1900원 선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경유 가격이 1500원을 넘어서면 원가율과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운송비와 장비 운영비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레미콘과 아스팔트, 시멘트, 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도미노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제유가가 60% 상승하면 건축물 공사비가 약 1.5% 오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공사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기준 131.8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5년 전(103.8)과 비교해 30%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시공 원가가 높아지면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건설업계에선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 미분양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이미 수주한 현장은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공사비 증액 협상이 불가피하고,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철강·시멘트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운송비가 함께 올라 수주 당시 계산했던 마진율과 원가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며 "기존 현장의 공사비 증액 협상이나 설계 변경 요구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예상치보다 높은 시공 원가 부담은 결국 분양가에 녹일 수밖에 없는데, 최근 여러 현장에서 기존 단지보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미분양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분양가를 더 높이는 건 건설사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고 토로했다.
권한일 기자 kw@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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