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배운 골프, PGA 무대서 통했다 [박민영의 골프홀릭]

박민영 선임기자 2026. 3. 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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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독학 골퍼’ 옐라마라주
인도 출신 이민자 아들, 레슨없이
PGA ‘제5의 메이저’서 공동 5위
“영상 시청으로만 실력 향상 한계
부단한 연습·점검으로 체화해야”
수다르샨 옐라마라주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티샷을 한 뒤 드라이버를 캐디에게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극적인 승부를 연출한 캐머런 영(미국)이었다. 아일랜드 그린을 가진 마(魔)의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오른 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375야드 드라이버 샷을 뿜어내 파를 지켜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대회에서 조명을 받은 또 다른 선수가 있다. 올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수다르샨 옐라마라주(캐나다)가 주인공. 24세의 옐라마라주는 플레이어스 마지막 날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가 거둬들인 상금은 92만 5000달러. 이번 대회 이전까지 그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벌어들인 전체 상금보다 많았다.

신인 선수가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큰 경기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것 자체도 화제였지만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남다른 골프 여정이었다.

수다르샨 옐라마라주가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옐라라마주는 유튜브 독학 골퍼다. 놀랍게도 그는 한 번도 레슨을 받지 않았다. 왼손으로 골프를 치는 그는 인도에서 태어나 4살 때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으로 이주했다. 6살 때 골프를 시작하면서 빌려 사용했던 골프채는 스틸 샤프트에 헤드 크기도 작은 상급자용이었다고 한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9살 때 처음으로 자신의 골프채 세트를 갖게 됐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캐나다 투어에서 2년, PGA 2부 리그인 콘페리 투어에서 2년을 보냈다. 지난해 바하마 그레이트 아바코 클래식에서 프로 첫승을 거둔 덕에 콘페리 투어 시즌 포인트 19위에 올라 상위 20명에게 주는 PGA 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는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애덤 스콧 등 프로 선수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스윙법을 익혔다”며 “클럽하우스나 코스에서 유튜브로만 봤던 유명 투어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금도 전담 스윙 코치가 없다. 아버지 수레쉬, 캐디인 조엘 크래프트의 도움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13위(314.7야드), 퍼트 이득 타수 부문 21위 등 수준급 경기력을 갖췄다.

골프 레슨 영상의 대홍수 시대가 골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영상을 통해 순간순간 깨달음을 얻었다며 무릎을 치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이론과 조언에 휩싸여 갈 길을 잃은 이들도 드물지 않다. 프로골퍼 박상현, 이승택, 김민선7 등과 함께하는 김기환 코치는 “유튜브 영상 중에는 귀에 쏙 들어오는 자극적이거나 단편적인 내용이 많은데,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에게 맞는 내용인지 아닌지를 필터링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머릿속으로 이해가 된 듯한 것과 혼자서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시 옐라마라주를 보자. 그는 전담 스윙 코치가 없지만 스윙 영상을 촬영해 아버지, 캐디와 함께 분석하고 연구한다. 아버지는 1년에 골프를 몇 번 치지 않지만 어릴 적부터 크리켓 선수로 활동하며 체중 이동과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한다.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갔다”는 게 옐라마라주의 전언. 단순히 영상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자신의 스윙과 비교 분석해 기술을 체득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골프뿐 아니라 외국어, 인테리어, 요리, 노래, 악기, 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온라인으로 배우는 시대다.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 필수다. 더욱 중요한 건 부단한 실행과 타인을 통한 자기 점검, 그리고 연습이다. 그래야 지식과 정보가 진정한 실력으로 내면화하는 체화(體化)에 이를 수 있다.

너무 재미있어 쉽게 중독되는 것이 골프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합니다. 치는 골프, 보는 골프와는 또 다른 ‘읽는 골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박민영 선임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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