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돌파"...수입차, '가격·수요' 고민 커진다
환율 장기화 변수에 전략 재조정 불가피…시장 위축 가능성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급등과 강달러 현상이 겹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차량 수입 원가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이중고가 업계를 덮치는 모양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505.0원을 찍었다. 연초 1500원에 근접한 이후 1400원대에서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환율은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국제유가 상승,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입차는 대부분 달러로 차량을 들여오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이 곧바로 매입 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를 판매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곧바로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연식 변경 등을 계기로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 통했지만 현재는 내수 소비가 얼어붙은 시장 여건상 가격 상승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여기에 브랜드 간 경쟁 심화와 일부 전기차·프리미엄 모델 중심의 할인 경쟁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상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업체들은 일정 부분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마진 축소를 감수하고 있다.
환율 영향은 브랜드별로 차이를 보인다. 판매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한국GM, 스텔란티스, 포드, 혼다, 테슬라 등은 본국 통화로 결제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분을 직접 떠안는 반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은 원화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충격을 분산시키고 있다.
다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부담이 누적되면 결국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인상하면 수요가 줄어드는 '진퇴양난' 구조다.
업계는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경우 가격 정책과 물량 운영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옵션 구성 조정이나 프로모션 확대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환율 흐름에 맞춰 국내 투입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1500원대는 개별 브랜드가 마케팅이나 판촉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위험 구간이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본사 차원에서 국내 판매 가격 인상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수입차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