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영은 그냥 폼만 잡는 게 아니다, 보물같은 배우들의 경연장 된 '클라이맥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3. 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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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차주영·하지원·나나까지, 이들의 연기차력쇼는 어떤 절정을 보여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저 배우가 그 배우 맞아?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차주영 이야기다. 물론 <원경>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던 차주영이지만 <클라이맥스>는 사실상 드라마를 멱살 쥐고 끌고 가는 최강 빌런에 빙의된 모습이다. 흔들림 없는 강렬한 눈빛으로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놓을 때마다 서늘한 냉기가 느껴지고, 슬쩍 웃을 때는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저 폼만 잡는 게 아니다. 드잡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이 인물의 밑바닥을 슬쩍 드러냄으로써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어디서 이런 보물같은 배우가 나타났나 싶다.

하지만 이런 배우가 <클라이맥스>에는 차주영만이 아니다. 주인공 주지훈은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튈지 알 수 없는 방태섭(주지훈) 검사 역할에 제대로 스며들었다. 연예인 성상납으로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이양미(차주영) 사장과 남혜훈 시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 그 비리의 증거를 확보한다. 배우 성상납 현장을 급습해 증거를 잡지만, 그 배우가 아내 추상아(하지원)의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고민한다. 아내를 위해서는 덮어야 하지만 야망을 위해서는 폭로하고픈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양미를 찾아와 그 증거 영상을 보여주며 폭로를 하지 않을 테니 더 이상 아내를 괴롭히지 말라고 경고를 할 정도로 아내에 대한 사랑이 깊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지만, 결국 그는 이양미가 먼저 추상아의 과거사를 꺼내놓을 거라는 이유로 영상을 폭로한다. 방태섭은 그런 인물이다. 실제로 추상아에 대한 사랑이 깊지만, 자신의 야망도 포기 못하는 인물. 그래서 물불 가리지 않기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이런 인물이기 때문에 <클라이맥스>의 이야기 전개가 쫄깃해진다. 뻔한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야먕을 향한 성공스토리로만 달려가지도 않는다. 또한 이 밑그림에 깔려있는 연예인 성상납 같은 사안들에 시청자들이 갖는 분노에 방태섭 같은 인물의 일격은 사이다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사랑과 야망에 시청자들이 동승하게 되는 이유다.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 같은 다소 엉뚱하고 유쾌한 영웅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주지훈이다.

방태섭의 아내 추상아 역할의 하지원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해왔던 밝은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무거운 옷을 입었다. 톱배우지만 과거 성상납과 관련된 아픈 상처를 트라우마로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소속 배우가 그런 일에 연루되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 하지만, 이양미는 결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딘가 이양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한 모습이 초반에 전개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상상조차 못한 또 다른 모습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예감을 준다. 이 변신 과정에서 하지원은 아마도 예상못한 모습으로 도파민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방태섭을 그림자처럼 도우며 이들이 벌이는 사건들 속 깊이 들어와 있는 황정원을 연기하는 나나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이 인물은 그저 저들의 게임처럼 굴러가던 사건의 양상을 순식간에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텅 빈 눈빛이 인상적인 나나의 연기가 이 인물의 변화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자못 기대된다.

이 밖에도 오정세, 김홍파, 서현우, 주진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클라이맥스>는 각 인물들의 만만찮은 존재감이 보여주듯 그들이 부딪쳐 만들어내는 파열음이 제목처럼 '절정'의 순간들을 펼쳐내는 작품이다. 그러한 극적 순간들이 모여 과연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까. 오래된 비리의 카르텔을 깨는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일까, 아니면 그 안에서도 펼쳐지는 사랑을 위한 포기와 희생의 서사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권력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도파민의 성장드라마일까. 어쩌면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하나 도장깨기 하듯 펼쳐지는 이야기가 될지도. 기다려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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