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로 돌아온 박찬경 "졸고 있는 전통 관념 깨우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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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사진이나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온 미디어 아티스트 겸 영화감독 박찬경이 이번엔 회화를 들고나왔다.
19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시작한 박찬경 개인전 '안구선사'에는 작가가 최근 작업한 회화 20여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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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서 개인전 '안구선사'…5월 10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분단과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사진이나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온 미디어 아티스트 겸 영화감독 박찬경이 이번엔 회화를 들고나왔다.
19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시작한 박찬경 개인전 '안구선사'에는 작가가 최근 작업한 회화 20여점이 전시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림을 많이 그리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중단했던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됐지만 나에게 회화는 고향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찰 벽화와 조선 민화 등에 담긴 그로테스크함과 숭고함, 판타지, 해악, 풍자 등을 박찬경만의 탱화나 민화, 만화적 형식을 뒤섞어 구현했다.
작가는 전통이 '문화유산'이나 '전통문화'라는 이름 아래 안온하게 고정된 관념이 아니라 "무의식처럼 사람들 안에서 오랫동안 살아 있는 것"이라며 "졸고 있는 전통의 관념과 이미지들을 깨우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박찬경 작 '안구선사'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9/yonhap/20260319150138355xbcv.jpg)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 '안구선사'는 한국 사찰에 그려지는 '구지선사' 이야기를 변형한 것이다.
구지선사는 중국 당나라 승려로, 모든 질문에 손가락 하나를 세워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줬다. 그런데 구지선사를 모시던 한 동자승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스승을 흉내 냈고, 구지선사는 동자승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그러고는 도망치는 동자승에게 손가락을 세워보라고 했고, 그 순간 동자승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 내용에서 손가락 대신 눈알을 뽑아내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동자승은 나이고, 무언가를 항상 모방하는 시각 예술가라면 눈을 뽑아야 할 것 같았다"며 "손에 들린 눈알이 나를 보는 것처럼 그렸다"고 말했다.
![박찬경 작 '혜가단비도'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9/yonhap/20260319150138584lwbq.jpg)
도를 얻기 위해 자기 팔을 잘랐다는 혜가의 고사를 그린 '혜가단비도'와 화로를 머리에 이고 스승에게 가 깨달음을 얻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혜통의 이야기를 그린 '혜통선사'도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을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작가는 "선불교 그로테스크 공상과학(SF)이라는 이름을 붙여봤다"며 "과거에는 우리 문화에 해학과 풍자가 아주 많았는데 어느샌가 다 잊고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헛수고' 연작은 매일 하나씩 돌을 쌓으며 돌탑을 만들어 소원을 비는 행위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돌을 쌓는 행위가 실제 복이 들어오는 것에는 전혀 효용성이 없어 '헛수고'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루에 한 개의 돌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 작업 날짜를 적었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효용성에서 벗어나야 성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돌을 쌓는 게 헛수고인데 나는 그걸 그림으로 그렸으니 한 번 더 나아간 헛수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경은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며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황금곰상,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 경쟁 부문 대상을 받았다. 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작가는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회화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의도적으로 과거로 거슬러 가면 지금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왜 이런 걸 하나 싶겠지만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인 의미로 받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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