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비료 공급도 차질···농업 생산 타격 우려

박은경 기자 2026. 3. 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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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LNG 생산 중단
인도·방글라데시 생산 차질
중동산 요소 가격 약 40% 상승
전년 대비 60% 높은 수준
지난 11일(현지시간)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인 오만 무산담반도 주변의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면서 비료 공급 차질에 따른 글로벌 식량 안보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18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비료인 요소의 약 50%와 상당량의 기타 비료가 걸프 지역에서 생산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의 물류 차질이 글로벌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 가스 공급과 해상 운송 차질이 이어지면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걸프 지역 및 기타 지역의 비료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의 공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타격을 받은 직후,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가스 생산을 중단했다. 카타르의 LNG 생산 감소 여파로 인도는 자국 내 요소 공장 3곳의 생산을 줄였고, 방글라데시 역시 비료 공장 5곳 중 4곳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 또한 현재 시점 기준 비료 공급이 약 25%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정보기관 아거스에 따르면 중동산 요소 수출 가격은 약 40% 상승해 t당 500달러에서 700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60% 높은 수준이다.

생산에서 걸프 지역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해운 서비스 기업 시그널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비료의 약 20%, 요소 공급의 46%가 걸프 지역에서 생산된다. 세계 최대 요소 공급업체인 카타르 비료회사(QAFCO)는 단일 기업으로 전 세계 요소의 14%를 공급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클레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할 경우 전 세계 비료 거래의 최대 3분의 1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닝스타의 분석가 세스 골드스타인은 질소 비료 가격이 현재 대비 약 두 배로 상승하고, 인산 비료 가격도 약 50%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농가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비료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으로 미국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농업연맹에 따르면 미국 비료 수입의 약 15%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심 원료인 요소의 절반과 암모니아의 약 30%가 이 지역에서 공급된다.

지피 듀발 미국농업연맹 회장은 “비료를 사전에 주문하고 비용을 내지 않은 농민들은 봄 파종기에 필요한 비료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2024년 기준 아시아 국가들이 걸프 지역 비료 수출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 브라질, 중국 등 주요 농업 국가들에 해당 공급은 필수적이다. 인도는 비료의 40% 이상을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비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문제는 이번 공급 차질이 북반구 파종기와 겹쳤다는 점이다. 상업적 농업에서 높은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작물에 비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공급 불안 요인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요소 부족 문제로 타격을 입은 상태이며, 중국이 자국 공급을 우선하기 위해 비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공급 압박이 지속해 왔다.

걸프 지역 비료의 주요 수입국들이 동시에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비료 부족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농가에서는 비료 사용을 줄이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작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요 곡물 생산 감소는 글로벌 공급 축소를 초래하고, 식량 가격 상승과 함께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학자인 재키 패트카는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비료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중동에서 미국까지 비료를 운송하는 데 통상 30~45일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내 공급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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