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하나 사이 ‘부활과 해체’…고리원전 1·2호기 가보니

김지원 기자 2026. 3. 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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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2호기 설비개선 95% 완료
이달 말 재가동 목표 앞둬
1호기는 원전 해체 ‘성장동력’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이 고리2호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원안위

봄비가 내렸던 18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원자력발전소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재가동을 앞둔 고리 2호기는 건물 외부에 각종 설비가 늘어서 있었지만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고리 1호기는 내부마저 고요했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전을 찾았다. 고리 2호기 재가동을 위해 후속조치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주요 사고관리설비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고리 2호기는 1938년부터 가동한 원전이다. 설비 용량은 650메가와트(㎿)로 설계 수명에 따라 2023년 4월 8일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원안위의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33년 4월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한수원은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가 모인 브리핑 자리에서 설비개선 현황을 공유했다. 재가동을 위해 케이블, 전기 부품 등 검증 수명이 만료된 설비를 교체했다. 설비교체 약 60건, 환경개선 약 480건을 진행해 설비개선 95%가 완료됐다.

한수원 측 관계자는 “바닥 도정 등 남은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재가동 일시와 관련해서는 “이달 25일 마지막 검사를 진행한 후 허가 일정에 따라 빠르면 이달 29일에서 4월 초에 기동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중동 상황으로 에너지 공급이 중요해진 가운데 한수원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며 “고장이 나면 가동률이 떨어지니 고장이 나지 않도록 절차에 따라 남은 작업도 잘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11일 에너지대책 회의에서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정비 중인 원전을 재가동할 것을 주문했다. 중동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내놓은 대응책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달 중동사태 경제대응TF를 열어 원전가동률을 60% 후반대에서 80%까지 올리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관계자들은 회의실에서 나와 고리2호기 곳곳을 돌아다녔다. 안전모를 우산 삼아 사고관리설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고관리설비는 재난재해 및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확대를 방지하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이다.

“자연재해나 중대사고로 교류 전원이 상실됐을 때 발전소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1㎿ 발전차입니다.”

천막 아래에서 한수원 관계자가 말했다. 교류 전원이 상실됐을 때 8시간 이내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설비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원 접속함과 연료 펌프를 둘 곳을 가리키며 사고 발생 시 발전차의 이동 경로 등을 알려줬다.

모든 교류전원 상실 시 유지설비에 대용량 전원을 공급하는 3.2㎿ 발전차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고 시에 최대 필요한 전력이 2800킬로와트(㎾)라 3.2㎿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발전차를 두고 “굳이 이동형이여야 하냐”는 질문을 던지며 설비를 꼼꼼히 점검했다. 한수원 측은 “건물로 지으면 내진 설계를 해야 하는데 이동형은 고정 장치만 해도 된다고 허가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사고 발생 시 냉각수를 공급하는 저압·고압 이동형펌프차와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P) 외부주입 설비 등을 점검했다.

기자단이 고리 1호기 터빈 내부에서 원전 해체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원안위

이후 이동한 고리 1호기는 내부마저 고요했다. 해체를 앞두고 설치한 그물망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관련 미사용설비’라는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원전이다. 설비용량은 578㎿로 국내 원전 중 가장 적다. 2017년 영구정지 이후 지난해 6월 해체 승인을 받았다.

“1970년대 건설됐는데 당시에는 보온재에 석면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재는 석면 철거를 우선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석면 보온재 철거가 끝나면 연말부터 배관을 철거해나갈 계획입니다.”

고리 1호기 터빈 건물 3층에서 한수원 관계자가 말했다. 한수원은 2037년까지 원전을 해체할 계획이다.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고 2035년부터 부지를 산업부지 수준으로 복원하는 게 목표다. 폐기물은 17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1.3만 톤은 원자력환경공단에 보내고 나머지는 일반 폐기물로 처리한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의 산실이 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해체 기술 58개 중 확보하지 못한 17개 기술을 6년간 개발해 2021년 관련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 자립률은 90% 이상이다. 현재 정부 R&D로 고리1호기·월성1호기 실증 기술을 2030년까지 개발 중이고, 자체 과제 11건도 2034년까지 진행한다.

김지원 기자 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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