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나는 안 내리고"…제과·빙과업계, '체면치레' 가격 인하

정혜인 2026. 3. 1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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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구로 4개 업체 19개 품목 가격 인하
엄마손파이·배배 등 포함…대표 상품은 빠져
라면도 같은 패턴…물가 인하 실효성 의문
그래픽=비즈워치

제과·빙과업체들이 다음달부터 일부 과자·아이스크림·빵 제품의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고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하 품목에서 빼빼로·초코파이·메로나 같은 베스트셀러 제품들이 모두 빠지면서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자·아이스크림도 내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TF 유통구조 점검팀 회의를 열고 제과·양산빵·빙과 업체 4곳이 19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인하율은 최대 13.4%이며 4월 1일 출고분부터 적용된다.

농식품부는 "제과, 양산빵, 빙과업체들이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물가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시기에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4월 출고분부터 가격 인하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웰푸드는 총 9개 제품을 평균 4.7% 인하하기로 했다. 비스킷 카테고리에서는 '엄마손파이' 2종이 가격 인하 품목에 포함됐다. 캔디는 '청포도 캔디'와 '복숭아 캔디' 등 3종을 내린다. 양산빵에서는 '기린 왕만쥬'와 '기린 한입꿀호떡' 2종의 가격을 낮춘다. 빙과는 '찰떡우유빙수설'과 '와 소다맛 펜슬' 2종을 인하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래픽=비즈워치

오리온은 3개 제품을 평균 5.5% 인하한다. '배배', '바이오캔디', '오리온웨하스'가 그 대상이다. SPC삼립은 '포켓몬 고오스 초코케익' 외 4종의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빙그레는 8개 제품을 평균 8.2% 내릴 예정이다. 인하 품목은 '링키바', '구슬폴라포 키위&파인애플', '왕실쿠키샌드 피넛버터', '밀키프룻' 2종, '로우슈거데이' 2종, '냠' 등이다. 인하율은 6~10%다.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정부 정책에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고환율, 고유가 등 원가 요인 상승과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빙그레 관계자도 "국제 정세 불안과 내수경기 침체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고자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맹탕 인하

하지만 이번 가격 인하 품목에서 대표 제품은 모두 빠지면서 '체면치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월드콘, 스크류바 등을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리온의 가격 인하 품목에도 초코파이, 꼬북칩 등 주력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롯데웰푸드와 오리온, SPC삼립은 엄마손파이나 배배, 포켓몬빵처럼 인기 있는 제품을 일부 포함시켰다. 반면 빙그레는 대표 제품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알만한 제품조차 인하 대상에 넣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빙그레의 가격 인하 품목에 메로나, 비비빅, 투게더 등 주력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링키바, 구슬폴라포 등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제품만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만 기업 입장에서도 대표 제품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출 비중이 높은 주력 제품의 가격을 내리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실적 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정부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비인기 제품 위주로 인하 품목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인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보여주기식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라면 4사가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이때도 신라면이나 진라면, 불닭볶음면 같은 대표 제품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라면기업은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때도 진라면·불닭볶음면 등의 주력 제품은 제외한 바 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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