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닮은 금정산 국립공원…실용 택하니 사찰도 품었다 [르포]
범어사, 체험사업 준비 중…탐방로·습지 관리는 아직 부실

(부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 17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지만, 일제강점기 개원한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801.5m 고당봉(姑堂峰)의 능선에 오르자 가까이는 해운대·광안리 앞바다부터 멀게는 대마도까지 시야가 탁 트였다.
뒤로는 우거진 나무가 가득하다. 산세가 험악하진 않으나 부산·양산을 대표하는 금정산엔 이제 '국립공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전체 면적은 66.9㎢, 축구장 약 9300개 규모 숲이 '보호 구역'이 됐다.
기존 거주지와 이격해 구역 지정하며 갈등 해소
다만 국립공원 모양이 특이하다. 금정구 내 조계종 사찰인 국청사 인근엔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고, 사상구·부산진구와 맞닿은 백양산 방향은 가느다란 자연환경지구로 이어진다. 위성지도를 보면 막대기에 꽂은 베이글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총괄한 문창규 국립공원공단 차장은 "불필요한 행정 갈등을 최소화하며 보호구역을 확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가 자연보전 정책에 반영된 사례로도 읽힌다.

이 같은 '비정형 경계'는 현장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금정산 능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갑자기 공원 경계가 끊기고, 식당과 주차장이 밀집한 생활권이 나타난다. 다시 몇 걸음 옮기면 곧바로 숲이 이어진다. 자연과 도시, 보호와 이용이 맞물린 도심형 국립공원의 단면이다.
특히 '구멍'으로 남겨진 산성마을은 지정 과정에서 가장 큰 갈등 지점이었다. 부산 명물인 '금정산성 막걸리' 양조장을 비롯해 생활·상업 기능이 밀집한 이 지역은 공원에 포함될 경우 영업과 재산권 제한 논란이 불가피했다.
결국 정부와 공단은 핵심 생태 축을 중심으로 공원을 묶고, 생활권은 경계 밖으로 두는 절충안을 택했다. 문 차장은 "도시가 국립공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일정한 이격을 둔 것"이라며 "지정 자체를 먼저 완성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정산은 기존 국립공원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무등산·태백산처럼 도립공원을 승격한 것이 아니라, 일반 산지를 새로 국립공원으로 편입한 사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낙동정맥의 끝자락에서 바다와 만나는 부산이 지닌 생태·경관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적·문화적 가치까지 국가적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소백산 이후 38년 만에 비보호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첫 사례"라며 "보호지역을 순수하게 늘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던 종교계도 입장을 바꿨다. 범어사에서 만난 교무국장 석산 스님은 "처음에는 규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국립공원 안에서 사찰이 할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범어사는 공원 지정 이후 '치유 거점'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범어사는 템플스테이 등 단순 체험을 넘어 도보 여행과 명상, 차담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석산 스님은 "종교를 앞세우기보다 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국립공원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확대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산지 전환에 곳곳 훼손 심해…습지 보호·관리도 시작 단계
현장은 아직 '완성형'과는 거리가 있다. 탐방로는 222개소, 총길이는 303.7㎞에 달하며 일부 구간은 훼손이 심하다. 출입로도 200곳 가까이 흩어져 있어 관리가 쉽지 않고, 불법 시설도 52개소가 확인됐다. 습지 역시 그간 보호·관리 사각지대에 가까웠다. '탄소 흡수원'인 장군 습지와 북문 습지 등은 존재 가치에 비해 출입 통제와 훼손 관리, 정밀 생태조사가 충분치 않았고,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야 본격적인 보전계획 수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단속보다 안내와 계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정비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공단은 향후 5년을 '정착기'로 보고 있다. 문 차장은 "탐방로 정비와 안내 체계 구축이 우선 과제"라며 "개발과 보존, 생태와 관광 체계를 함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약 150억 원 규모를 요청한 상태다. 대규모 시설 신설보다 기존 탐방로 정비와 관리 체계 구축에 예산이 집중될 전망이다.
경계 역시 고정된 것은 아니다. 공단 내부에서는 국유지 비중이 높은 백양산 일대를 중심으로 향후 구역 확대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구멍 난 구조'가 최종 형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울러 백양산과 맞닿은 삼락생태공원 등 낙동강하구둑의 '국가휴양공원' 확대 가능성도 있다. 금한승 기후부 제1차관은 "중요하게 고민해 볼 부분"이라고 답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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