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의문 "오늘 주식 팔았는데 돈은 왜 모레주나?"

왜 아직도 주식을 팔면 이틀 후에 돈이 들어올까
주식을 사거나 팔면 이후 이틀이 지나 결제가 된다. 주식을 사면 돈이 이틀 후에 나가고, 주식을 팔면 돈은 이틀 후에 들어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거래 후 이틀 뒤에 대금이 정산되는 ‘T(거래일)+2’ 결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주재하고 “박용진 규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이 ‘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모레 주냐’고 문자를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식을 팔았을 때 바로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은 이틀 후 들어올 대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하고, 주식을 살 때도 바로 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식을 먼저 사고 나중에 돈을 채워 넣는 ‘미수거래’를 하기도 한다. 통상 물건을 사고팔면 바로 돈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다. 왜 유독 증권 거래는 이틀 뒤에 결제가 이뤄지는 걸까?
과거 종이 증권을 거래하던 시기에는 실물 증서를 우편이나 인편으로 전달해야 했다. 분실, 위조 등의 위험이 있고 물리적 이동 시간을 고려할 때 T+3, T+5와 같은 긴 유예 기간이 필수적이었다.
증권 거래의 전산화가 이뤄진 지금까지도 T+2 구조가 유지된 이유는 정산의 안정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하루에 30조 원이 넘는 주식이 거래된다. 거래를 할 때마다 결제를 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주식과 대금이 이동해야 한다. 결제일을 뒤로 미루면 상계차감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샀다가 50주를 팔고 다시 20주를 샀다고 하면, 이 거래를 모아서 70주만 주식을 계좌에 넣어주면 되는 것이다. 결제가 미뤄지면 최종 포지션에 따라 대금과 증권의 이동 방향과 수량을 정산하면 된다.

자본시장연구원 <미국 주식시장 결제주기 단축과 대응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간 총 거래수량은 약 4,000억 주였는데, 상계차감 후 실제 결제된 수량은 169억 주로 전체 거래수량의 4.22%에 불과했다. 거래대금 역시 전체 4,687조 원 중 대부분이 차감되어 3.61%인 169조 원이 정산됐다. 기술적으로 실시간 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결제 주기를 둘 때 발생하는 효율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T+2 결제 주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증권 거래의 안정성을 위한 취지도 있다. 한국 주식은 한국 사람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국가의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거래하는데 시차는 제각각이다. 한국이 T+1 결제를 하게 되면 서구권 국가들이 심야에 결제 처리를 해야 한다. 환전도 걸림돌이 된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매매가 체결된 후 최종 확정된 금액에 맞춰 환전을 한다. T+2 환경에서는 환전할 시간이 있는데, T+1이 되면 주식 매매 체결과 동시에 환전을 해야 한다. 역외 거래가 자유롭지 않은 원화의 특성상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리 환전을 해놔야 하는데, 이는 투자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1 결제로의 변경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2024년 5월 28일 증권 거래의 결제 주기를 기존 T+2에서 T+1로 단축했다. 인도는 그보다 앞선 2023년에 적용했다. 유럽은 내년 10월부터 T+1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 결제 주기가 T+1로 단축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21년 ‘게임스탑’ 사태였다. 기관 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미국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와의 사생결단을 선언하며 대거 참전했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거래량은 폭발했다. 주식 거래에는 ‘결제 불이행’의 위험이 있다.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폭락하면 돈을 안 줄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중앙청산기관에 증거금을 납부한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결제 주기가 길면 중개 업체들은 증거금을 많이 납부해야 한다. 증거금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는 최대예상손실액(VaR)이다. 결제 주기가 길고 가격 변동성이 크면 결제 불이행 시 최대 예상손실액이 커지고, 그만큼 더 많은 증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갑자기 증거금 납부액이 커질 경우 돈이 없을 수도 있고, 더 많은 현금을 증거금으로 묶어둬야 하기 때문에 자본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게임스탑 사태 당시 로빈후드 등 소형 증권사들은 게임스탑의 매수 버튼을 없앴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작전을 했다고 비난했다. 사실 로빈후드가 매수 버튼을 없앤 결정적인 이유는 증거금 때문이었다. 미국 예탁결제원은 극심한 변동성과 거래량 폭증으로 최대예상손실액이 높아지자 로빈후드에 약 30억 달러, 4조 원이 넘는 증거금을 즉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추가적인 매수가 들어오면 로빈후드는 증거금을 더 내야 한다. 반대로 T+2 후에 결제가 이뤄지면 증거금을 회수할 수 있다. 증거금 회수를 위해 매수 기능을 차단했던 것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결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T+2 제도가 오히려 시장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그래서 3년간 논의를 거쳐 T+1로 단축하는 결정을 내린다. 결제 주기가 짧아지면 증거금 회수 기간도 짧아지고 자금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미국 예탁결제원이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T+1로 변경하면 증거금의 41%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자본 시장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T+1 전환을 전략적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만 결제 지연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식을 사고파는 비교적 단순한 거래를 한다. 하지만 어떤 투자자는 국내에 없을 수도 있고, 어떤 주식은 담보로 잡혀 있어 또 다른 계약 절차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T+2 결제 조건에서도 결제 지연은 발생한다. T+1로 바뀌면 더 많은 결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결제 지연을 처벌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결제지연을 100% 막을 것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할 경우 거래를 경직시킬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결제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결제 지연이 발생하면 어떤 절차로 처리를 해야 하는지 폭넓은 고민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T+1으로 바꾸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데 결제 지연이 훨씬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과도하게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오늘 주식을 팔았는데 왜 돈은 한참 뒤에 들어오는가’ 하는 의문에서 나왔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복잡한 자본시장의 거래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제도를 정비할 책임이 있다. 쉽지 않은 과제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제도 개선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주식 판 돈을 빨리 받고 싶어 한다.
#주식결제시스템, #T플러스2, #T플러스1, #증권결제주기, #주식매매대금, #자본시장개혁, #이재명대통령, #게임스탑사태, #증거금이슈, #한국증시제도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