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족쇄·노조 장벽...'이분법적 논리'에 사다리 꺾인 한국 경제
강력한 대기업 노조와 징벌적 규제 이중고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현재 국내 정책 기조가 대기업의 성장을 중소기업의 희생으로 보는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문제를 선과 악의 구도로 몰아가는 정치 공학적 접근이 기업을 혁신의 주체가 아닌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 0.1% 대기업이 매출 55% 책임… “대기업 육성이 생태계 키워”
19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99.9%가 중견·중소기업에 해당한다. 또 전체 종사자의 80.4%가 이곳에 근무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력은 소수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총 매출의 55.1%를 전체 기업의 0.1% 미만인 중견기업(14.4%)과 대기업(40.7%)이 책임지고 있는 구조다.
대기업 하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때 수만 개의 협력사가 동반 성장하는 효과를 고려하면, 대기업 육성이 곧 국가 경제 생태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일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세수 확보에도 대기업의 역할이 크다. 상위 0.01% 기업이 법인세 4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에는 삼성전자가 전해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해 연도 정부의 세수결손이 30조 원이 넘었다.
◆ 도약하는 순간 채워지는 ‘규제 족쇄’… 피터팬 증후군 심화
문제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혜택은 급감하고 페널티는 급증하는 구조적 한계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R&D 세액공제율은 기존 25%에서 8~15%로 축소되며, 공공조달 시장 참여 제한 등 약 90여 개의 신규 규제가 적용된다.
자산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진입하면 규제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등 이른바 ‘3대 족쇄’가 채워진다. 여기에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공시 의무가 부여되면서 경영 유연성이 제약된다.
이러한 ‘성장 페널티’는 기업들이 스스로 몸집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분석 결과, 중견기업에서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기업은 427개로 대기업으로 도약한 기업(103개)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또한 이러한 규제는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가속시키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리쇼어링 정책도 해외 투자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노조와 규제에 의한 제약이 많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해외 투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미국과 베트남, 인도 등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분 세제혜택과 보조금 수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수요 대응과 물류비 절감 등의 효과도 있어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 노조 장벽과 ‘정치적 프레임’이 성장 발목
대기업 진입 시 마주하는 강력한 노조 장벽도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 기득권화 된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비용 보전에 급급하게 만든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의 기동성을 앗아가는 요인이 된다.
특히 대기업 노조가 사회 전반의 반(反)기업 정서와 ‘대기업=악’이라는 정치적 이분법을 자신들의 세력 확장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환경을 방패 삼아 경영권의 본질인 투자 결정마저 집단 이기주의로 압박하고, 결과적으로 반기업 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며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자해적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대기업의 성장을 중소기업의 희생으로 규정하는 ‘제로섬(Zero-sum)’적 시각은 사회적 적대감을 고착화시켰다”며 “경제 현안을 선과 악의 구도로 몰아가는 정치 공학적 접근이 기업을 혁신의 주체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