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현도산단 충돌②] "한번 섞이면 전량 폐기"...식품공장 덮치는 '오염 리스크'

이재아 기자 2026. 3. 19. 11: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료 입고부터 병입까지...전 공정 '오염 차단 체계' 직격탄
미세오염 유입 시 전량 폐기·라인 중단...손실 눈덩이
"인증 취소까지 갈 수 있다"...기업들 생산기반 붕괴 우려
<편집자주> 충북 청주시 현도일반산업단지에 추진되는 폐기물 선별장을 둘러싼 갈등은 '왜 하필 이곳인가'라는 질문을 낳고 있다. 30년 식품 특화 산업단지의 입지 원칙 훼손 문제를 비롯해, 미세 오염 가능성만으로도 생산이 멈추는 식품 산업의 특수성, 근로자들의 건강·생활권, 그리고 지역사회로 확산될 환경 부담까지 쟁점은 점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에서 기업의 생산 기반에서 근로자와 주민의 삶, 나아가 사업 추진 과정의 절차적·법적 정당성 문제까지 단계적으로 짚으며 공익을 내세운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본질을 되묻고자 한다.
하이트진로 맥주 생산공장 기숙사에서 찍은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립 예정지. [출처=독자 제공] 

현도일반산업단지 인근 폐기물 선별장 건립 논란이 단순한 환경 우려를 넘어 입주 식품기업들의 실제 생산라인 운영을 위협하는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식품 제조 공정 특성상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 오염물질이 확인될 경우 해당 생산분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오염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최악의 경우 생산 중단과 제품 폐기, 인증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복합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원료→제조→출하..."한 지점만 뚫려도 전체 무너진다"

식품 공장은 원료 입고 단계부터 병입·포장·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연속된 위생 관리 체계로 연결돼 있다. 이 중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오염 가능성이 확인되면 해당 시점 이후 생산된 제품은 전량 폐기 대상이 된다.

특히 주류 제조 공정은 미생물 관리가 핵심이다. 발효 과정 자체가 미생물 활동에 의존하는 만큼,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 생물이나 이물질이 공정에 개입할 경우 제품 품질이 근본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의 오염이라도 기준치를 벗어나면 해당 라인은 즉시 정지된다"며 "문제는 어느 시점에 유입됐는지 특정하기 어려워 일정 기간 생산분 전체를 폐기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손실은 단순히 제품 폐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료, 에너지, 인력 투입 비용은 물론 유통 지연에 따른 계약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오염 가능성 자체"...오염 입증 없어도 라인 멈춘다

식품 산업의 특성상 실제 오염이 확인된 이후 대응하는 것은 이미 늦다. 중요한 것은 '오염 가능성'이 발생했느냐 여부다.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오염 유입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자체 기준에 따라 생산 라인을 선제적으로 중단하거나 추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 시간에서 수일 단위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산업이 아니라 사고 가능성이 생기면 바로 멈추는 산업"이라며 "폐기물 선별시설처럼 외부 오염원이 상시 존재하는 구조에서는 항상 멈출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계절 변화나 기상 조건에 따라 오염 확산 양상이 달라질 경우 특정 시기에 반복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도일반산업단지 위성사진 내 파랗게 칠해진 부분이 폐기물 선별장 건립 예정지다. [출처=청주시]

◆브랜드 신뢰 붕괴와 이미지 타격도..."공장 이전 압박 우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생산라인이 반복적으로 중단되고 제품 폐기 사례가 누적되면 공장 운영 자체의 경제성이 급격히 악화된다. 

제조 환경의 위생상의 문제를 넘어, 브랜드 이미지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폐기물 처리장 옆에서 생산된 맥주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소비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해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곧 매출 하락과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 절차상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특정 산업군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입지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주협의회 관계자는 "식품 제조공장과 폐기물 처리장이 공존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식품 기업의 특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더 이상 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30년 넘게 현도산단에서 공장을 운영해왔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전까지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계 "입지 타당성을 원점서 재검토해야"

또 다른 관계자는 "식품 공장은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해당 문제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리스크라면 설비 투자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폐기물 시설과의 근접성 자체가 지속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사업 기반을 다시 설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환경 논쟁을 넘어 식품 제조업이 유지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피해'에 국한된 게 아니라 오염 가능성이 상시 존재하는 구조 속에서 생산 시스템 자체가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