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knnews 2026. 3.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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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쉼, 틈을 잇다

서마산시장·근주공원 사이 위치
사다리꼴 대지 모티브로 건축
주민시설 넘어 도시 흐름 연결

적벽돌 외벽, 주변 주택들과 호흡
폴리카보네이트 빛과 상부 눈길
도서관·카페… 지역 활력소 예약


도시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혈관처럼 뻗어 나가는 도로가 생기기도 하고, 낡은 세포가 탈락하고 새로운 조직이 그 자리를 메우기도 한다. 현대 도시 재생의 화두는 더 이상 ‘전면적인 철거와 재개발’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도시 조직이 가진 고유한 맥락을 존중하면서, 그 사이 벌어진 틈새를 치유하고 연결하는 접근이 요구되는 시대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단순한 행정과 주민복합시설을 넘어 도시의 단절된 흐름을 잇는 매개체이다./최진보 작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단순한 행정과 주민복합시설을 넘어 도시의 단절된 흐름을 잇는 매개체이다./최진보 작가/
창원특례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서마산 시장의 왁자지껄한 삶의 현장과 근주공원이라는 자연의 쉼터 사이에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들어선 ‘근주어울림센터’는 바로 이러한 우리 시대의 공공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단순한 행정과 주민복합시설을 넘어 도시의 단절된 흐름을 잇는 매개체로서의 건축을 실현한다.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전경.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전경.

◇땅의 기억을 읽다… 이형의 대지와 도시의 축

건축의 시작은 땅을 읽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근주어울림센터가 들어선 부지는 결코 다루기 쉬운 땅이 아니었다. 주택지와 공원 부지의 일부가 섞여 있고, 한쪽 모서리가 날카롭게 뻗어 나간 사다리꼴 모양의 블록은 건축가에게 난해한 숙제를 던졌다. 게다가 대지는 평탄하지 않았으며, 주변의 채광과 조망, 이격 거리, 그리고 기존 보행로와 차량 동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형적인 구도심의 자투리땅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대지의 제약을 걸림돌이 아닌,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았다. 기단과 같은 이 형태는 대지의 이형적 모양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했고, 도시풍경 속에서 연속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기단의 하부공간은 서마산 시장으로부터 근주공원까지 자연스러운 보행자 동선의 흐름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부지가 갖는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진입 동선을 계획하고 건물 자체가 땅의 흐름을 대변하도록 했다. 특히 뾰족한 사다리꼴 모서리마다 맞닿은 경계들은 기존 도시의 골목길과 도로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도로들과 면하는 대지의 경계에서 진입하는 외부 동선은 기존 골목길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각 모서리에 맞닿은 경계로부터 도시가 갖는 오래된 도로의 형태는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어 상층부로의 접근 편리성을 높였다.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전경.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전경.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과거와 현재의 공존… 적벽돌의 익숙함과 폴리카보네이트의 빛

근주어울림센터의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료의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사용이다. 우리는 낯설지 않은 건물을 짓겠다는 마음으로 재료를 선정했다. 그 재료는 바로 ‘적벽돌’이었다. 석전동 일대의 오래된 주택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인 붉은 벽돌을 주조색으로 선택함으로써, 이 새로운 거대 시설이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고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스며들게 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머물지 않았다. 적벽돌의 묵직한 물성 사이로, 현대적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와 유리의 투명하고 가벼운 물성을 대비시켰다. 적벽돌이 주변의 낡은 건물들과 호흡하며 ‘기억’과 ‘연속성’을 담당한다면, 상부의 투명한 덩어리는 ‘빛’과 ‘자연’을 투영하며 건물의 현대적 인상을 부여한다.

낮 동안 폴리카보네이트 외피는 하늘의 색과 구름의 움직임을 은은하게 반사하며 건물의 부피감을 덜어낸다. 반면, 밤이 되면 내부의 불빛이 밖으로 배어 나오며 주변을 밝히는 거대한 조명등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빛의 효과를 만들어내며, 골목길을 지나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경계의 해체와 매개… 시장과 공원을 잇는 ‘도시의 틈’

이 프로젝트는 서마산 시장이라는 상업적 활기와 근주공원이라는 정적인 휴식 공간 사이에서, 이 건물이 벽이 아닌 문이 되기를 원했다. 건축물을 지면에서 띄우거나 하부공간을 과감하게 비워냄으로써, 시장에서 공원으로 향하는 보행자의 시선과 동선이 건물에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도했다. 서마산 시장 쪽에서 오는 골목길에서 바라보면 건물 하부의 필로티 공간 너머로 근주공원의 푸른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는 저층부를 공공의 영역으로 과감히 내어준 배려다.

이 공간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공원으로 열린 시야를 통해 외부 공간은 유연한 성격을 띠게 된다. 이곳은 시장을 보러 온 주민들이 잠시 짐을 내려놓는 쉼터가 되기도 하고, 하교하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되기도 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건축적으로 설정된 유연한 공간이 주민들의 행위를 통해 비로소 장소성을 획득하게 된다.

또한, 도로와 면하는 대지 경계에서의 진입 동선은 기존의 평면적인 골목길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고, 각 모서리에서 시작된 동선은 건물의 상층부로, 혹은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도시의 혈관을 건축물로 확장시켰다.
위에서 내려다 본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위에서 내려다 본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전경.

창원 석전동 근주어울림센터 전경.

◇생활 SOC의 진화… 행정과 복지의 입체적 결합

내부로 들어서면,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의 공간은 주민 복지를 위한 생활 SOC 시설과 행정시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미 입주를 마치고 운영 중인 1층의 민원센터는 주민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서 행정 서비스의 문턱을 낮췄다.

현재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BF 본인증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층부 공간들은 올해 상반기, 주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그릇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카페, 문화 강좌실, 체육 프로그램실, 도서관, 교육장 등이 들어선다. 이는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외피 너머로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이 그림자처럼 비치고, 붉은 벽돌 덩어리 아래로 장을 본 주민들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풍경들을 담는, 그런 근주어울림센터는 그렇게 도시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주민들의 일상을 묵묵히 지지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건축 개요

위치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156-23번지 일원

용도 : 제1종 근린생활시설(지역자치센터, 주민공동시설)

규모 : 지하 1층, 지상 4층

대지면적 : 1244.00㎡

건축면적 : 719.16㎡

연면적 : 2872.35㎡

외부마감: 치장 벽돌쌓기,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베이스 패널, 로이복층유리

(스테이건축사사무소 윤지훈·무유림건축사사무소 성무석 건축사)

스테이건축사사무소 윤지훈 건축사.

스테이건축사사무소 윤지훈 건축사.
무유림건축사사무소 성무석 건축사.

무유림건축사사무소 성무석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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