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러나 이미
박제민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가 2026년 새해부터 칼럼을 연재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활동가와 녹색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녹색 정치인이자 기독 시민으로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나눌 예정입니다. 칼럼은 매월 1, 3번째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예방전쟁'이다. 이란이 조만간 자신들을 공격할 징후가 포착되어 먼저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한다는 것은 자멸에 가까운 선택이며,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이란의 독재자일 텐데, 무슨 말일까?
"예방"은 미리 대처해서 막는다는 뜻이지만, 요사이 국제사회에서는 이 단어를 "선제공격을 막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논리에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교황청은 이번 사태를 두고 "어떤 국가도 예방전쟁을 할 권리가 없다"라며 "국가들이 예방전쟁을 할 수 있다면 전 세계가 불길에 휩싸일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리고 국내외 언론은 '예방전쟁'이라는 용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총과 칼뿐 아니라 말과 글의 전투에서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것은 예방전쟁인가? 아니면 침공인가?
이번 침공으로 인해 37년 동안 이란의 최고 지도자이자 미국과 이스라엘 제1의 숙적으로 군림했던 알리 하메네이가 폭사했다. 하메네이가 이란 사람들의 자유를 억눌러 온 독재자이며, 그가 이끄는 세력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한 집단이라는 사실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를 제거한 방식 또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불의를 불의한 방법으로 심판하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번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자 독재자였던 니콜라스 마두로를 축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행위가 앞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반복된다면, 국제사회는 세계대전 이전에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야만의 전초이자 가장 애끊는 비극은 이란 남부의 해군기지 옆에 있던 여자초등학교가 폭격을 당해 어린이 168명을 포함해 모두 175명이 사망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밝혀진 영상에 따르면 학교를 폭격한 것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이 사람들이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정치와 전쟁에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것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다. 이들은 자국 내에서 부패와 비리로 혐의로 인해 사법 리스크에 얽혀 지지율이 폭락하고, 다가오는 선거에서 패배할 위기에 처해있다가, 이번 전쟁 탓에 정치적으로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남으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적에게 돌리는 것이야말로 독재자들의 오래된 수법이다.
그런데 너무 새로워서, 낯설고 섬찟한 현상도 있다. 이 전쟁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이란의 하늘이 불타오르고 땅을 파헤쳐 죽은 어린이들을 묻을 때,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원유 가격의 급등과 '방위산업(방산)'이란 맨송맨송한 말로 포장한 주식의 상승장에 관심을 둔다. 이쪽의 피와 저쪽의 돈이 맞교환하는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아득하다.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이란 말은 본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나라'를 상상하고 열망하는 것이었다. 구원이 이미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고 진행 중이라는 말은, 수많은 삶의 고통을 견디게 하고, 절망 중에도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 주는 신비의 역설이었다.
그러나 악인이 악인을 심판하겠다며 전쟁을 벌이고, 전쟁의 포화 속에 무고한 생명이 죽어 나가며, 이것을 제어할 명분이 힘 앞에 입을 다물고, 평범한 사람들이 애끊는 마음을 갖기보다 자산 증식의 욕망을 키우는 것이 지금 마주하는 세상이라면, 이곳은 "아직, 그러나 이미" 망한 것이 아닐까?

박제민 /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
박제민 newsnjoy@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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