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카드 잃은 트럼프…301조 등 앞세워 통상압박 의제 확대

박기락 2026. 3. 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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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PA 대신 301·232·122조로 관세체계 재편
비관세 영역으로 확장…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확대
[자료=아주경제DB]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수단에 제동을 걸었지만, 301조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한 통상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별 산업정책, 핵심광물·공급망,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영역까지 통상 의제로 끌어올려 한국을 포함, 주요 교역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9일 'IEEPA 관세에 관한 미 연방대법원 판결의 주요 쟁점과 후속 관세 조치' 보고서에서 "301조가 대체 관세 수단으로서 본격화되는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수 국가·지역을 일괄적으로 조사 대상으로 설정하고, 산업 구조 및 규제 체계 전반을 포괄하는 형태로 조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글로벌 관세’에 준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며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를 부정했다. 

IEEPA 기반 관세 체계의 유지가 어려지면서 현재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는 2000건 이상의 환급 소송이 계류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위법하게 부과된 관세에 대해 원금과 이자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환급 규모는 약 14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해당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밀수관세와 상호관세가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지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를 '관세정책 약화'가 아닌 '수단 재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판결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올 2월부터 10% 수준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301조를 중심으로 국가별 맞춤형 제재 관세를 재가동하는 등 정책 전환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2026년 2월부터 10% 수준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301조를 중심으로 국가별 맞춤형 제재 관세를 재가동하는 등 정책 전환에 나선 상태다.

특히 연구원은 301조의 재가동을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짚었다. 미국은 지난 11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상대국을 상대로 제조업 부문의 구조적 과잉생산설비와 생산, 강제노동 결부 상품의 수입규제 여부를 따지는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 대상도 특정 품목이 아닌 다수 국가·지역의 산업 구조와 규제 체계 전반을 포괄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관세’에 준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7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이전 강요를 문제 삼아 301조 조사를 개시했고, 약 1년간의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추가 조치를 통해 약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등 대규모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통상 압박 의제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경고가 나온다. 과잉생산설비나 강제노동 등을 넘어서 산업정책, 핵심광물·공급망, 디지털 규제 등도 미국이 향후 통상 문제를 제기하고 관세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같은 조치는 특정 품목을 넘어 각국의 산업 정책 전반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비상권한에 기반한 포괄적 조치에서 벗어나 개별 통상법상 권한을 활용한 목적별·수단
별 조합 방식으로 운용 방향이 변화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통상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대외 리스크 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 논리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