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보다 야구가 더 좋은 소녀들… 천안 주니어 여자야구단의 도전 [사진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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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는 공을 향해 힘껏 스윙하는 선수의 헬멧 뒤로 흘러나온 머리카락이 넘실거린다.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주니어 여자야구팀인 천안 주니어 여자야구단(이하 천안 주니어)이다.
중학교 졸업 후 리틀야구단을 떠나야 하는 여자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천안 주니어 여자야구단이라는 둥지에서 선수들은 오늘도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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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림 언니! 나이스 볼이에요!”
“그래 해봐! 아인이가 다음 타석에 설 수 있게 안타 쳐보자!”
날아오는 공을 향해 힘껏 스윙하는 선수의 헬멧 뒤로 흘러나온 머리카락이 넘실거린다. 방망이에 맞은 공이 우중간으로 뻗어나가자 응원과 함성이 퍼진다. 팀의 마스코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 화성드림파크 야구장에서 2026 WBAK 전국여자야구리그가 개막했다. 이날부터 한국여자야구연맹에 소속된 37개 팀이 상반기 리그전을 치른다. 경기장에 사회인 선수들 사이로 유독 어린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주니어 여자야구팀인 천안 주니어 여자야구단(이하 천안 주니어)이다.



천안 주니어는 2023년 6월 한화 이글스 투수 출신인 안영진(43) 감독의 주도로 창단됐다. 중학교 졸업 후 리틀야구단을 떠나야 하는 여자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13명, 고등학생 4명 등 총 스무 명의 선수가 활동한다.
선수들 대부분은 주말마다 부모와 함께 서울·경기 지역에서 천안까지 왕복 4시간을 이동한다. 또래 여자팀이 없어 시합이 있는 날에는 남자 리틀야구팀이나 성인 여성팀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천안 주니어는 이날 여성 사회인 야구단 시흥 플레이볼을 상대로 올해 첫 경기를 치렀다. 2회까지 8점을 뽑아내는 공격을 앞세워 천안 주니어는 17-6으로 승리했다. 9명을 채우지 못해 콜드게임으로 빈번히 패했던 창단 초기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첫 경기를 이겼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선수도 있었다. 수험생으로 천안 주니어에서 활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투수 김나림(18)이다. 그는 “야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학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며 “입시에 여자 야구 실적이 반영되는 제도가 있었다면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멈추지 않는다. 경기를 마친 다음 날에도 훈련은 이어졌다. 15일 천안야구장에는 10여 명의 선수들이 모여 캐치볼과 배팅, 달리기로 구슬땀을 흘렸다. 전날 대타로 나서 입단 후 첫 2루타를 기록한 성해인(12)은 “매일 스윙과 섀도 피칭을 50회씩 반복한다”며 “야구가 삶의 일부가 돼 주말 훈련도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 주니어 선수들의 꿈은 원대하다. 가까이는 국가대표를, 더 나아가 올해 개막하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꿈을 꾼다. 이교빈은 "오타니처럼 투수와 타자 둘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은(13)은 “국가대표를 거쳐 미국 프로여자야구 선수까지 도전하고 싶다”며 “우선 우리처럼 여자 또래끼리 시합할 수 있는 팀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에는 중·고등학교 여자 야구팀이 없고, 야구로 대학에 진학할 길도 막혀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1,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여성 관중 비율이 절반을 넘었지만, ‘보는 야구’와 달리 ‘하는 야구’를 위한 환경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소녀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이어간다. 천안 주니어 여자야구단이라는 둥지에서 선수들은 오늘도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린다. 성해인(12)은 “저한테 야구는 스트레스를 푸는 코인노래방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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