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역설…권리는 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라정주의 경제터치]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2026. 3. 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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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산업현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행 이틀 만에 453개 하청노조가 24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하청노조를 통해 원청과 교섭하는 노동자가 두 배로 늘 경우 연간 약 2만7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다섯 배로 확대될 경우 감소 규모는 10만 개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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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교섭권 확대에 현장 ‘요구 폭증’…산업질서 흔들림 조짐
임금 압박의 연쇄효과, 신규 채용 위축으로 되돌아올 가능성 높다

(시사저널=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산업현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행 이틀 만에 453개 하청노조가 24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첫날에만 400곳이 넘는 노조가 움직였고, 노동계는 향후 약 900개 사업장에서 14만 명 규모의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했던 '교섭 요구의 급증'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교섭의 핵심 쟁점은 임금이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교섭 범위가 불명확해졌고, 결과적으로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 등 주요 조직은 이미 원청 교섭에서 임금 인상을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청노조의 교섭권 확대는 단순히 협상 창구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임금 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 참여가 확대될수록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원청과 하청 모두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기업은 비용을 조정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게 되고, 일자리 감소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하청노조를 통해 원청과 교섭하는 노동자가 두 배로 늘 경우 연간 약 2만7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다섯 배로 확대될 경우 감소 규모는 10만 개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분석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일반균형모형을 활용한 것으로, 개별 기업이 아니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그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면, 이는 원청 노동자의 임금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금 상승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기업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채용을 줄이거나 투자를 축소한다. 기존 일자리를 줄이기보다는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고용 충격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제도는 보호를 강화하지만, 시장은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다.

여기에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가능성까지 더해진다. 교섭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갈등이 반복되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 교섭권 확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그 효과가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의 사례는 참고할만하다. 일본은 1955년 일본생산성센터를 중심으로 노사 간 협력 구조를 구축하며 임금 인상보다 고용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노사관계는 대립에서 협력으로 전환됐고,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서도 높은 수준의 협력 지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낮은 노사협력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섭 구조가 갈등 중심으로 작동할 경우, 제도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비용만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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