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그룹, ‘실적 부진’ 백신 사업 정리…차원태 ‘4년 적자 탈출’ 최대 과제
‘CGT·CDMO·디지털 헬스케어' 중심 사업 개편
투자 확대 속 수익화 압박…‘투자→수익’ 연결 관건
차바이오그룹이 상장 계열사인 차백신연구소를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에 매각했다. 그룹이 상장 자회사를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진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헬스케어를 비롯한 신사업에서 투자 확대에 걸맞은 수익 창출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19일 차바이오그룹은 차바이오텍이 보유한 차백신연구소 지분 894만8813주를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에 약 238억원 규모로 양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텍의 지분율은 4.99%(134만483주)로 낮아진다.
회사 측은 “경영권과 전략적 영향력에서는 벗어나지만, 향후 기술 협력과 투자 가치 측면을 고려해 최소 지분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1.6억·적자 143억…부실 자회사 털어내기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사실상 ‘부실 자회사 정리’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차바이오그룹은 최근 벤처캐피탈(VC) 자회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하는 등 자산 효율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면역증강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백신 연구·개발 기업으로, 2021년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만성 B형 간염 치료·예방백신과 대상포진 백신 등 차세대 백신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상장 이후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은 2023년 2억9412만원에서 지난해 1억6000만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4억원에서 143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매출 대비 R&D 비율은 7756%에 달했다.
현금흐름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말 기준 가용 현금은 약 232억원 수준이지만, 영업활동 현금 유출은 2023년 53억원, 2024년 81억원, 지난해 11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연구개발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 조달도 이어졌다. 2023년 11월에는 R&D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재무 건전성 역시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은 160억원으로 자기자본(119억원)을 웃돌았다.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135%로 관리 기준(50%)을 크게 상회했다. 기술특례 상장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은 2025년까지 유예돼 있지만, 현 흐름이 이어질 경우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바이오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연구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너 3세’ 차원태 대표, 4년 적자 탈출 시험대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경영 체제 변화와도 맞물린다. 차바이오텍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종료하고 오너 중심 경영으로 전환했다. 창업자 차광렬 글로벌연구소장의 장남인 차원태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사업 재편과 함께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바이오그룹은 CGT 사업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지만, 줄기세포·면역세포 기반 신약 개발은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투자 대비 수익이 뒤따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익성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CGT CDMO 자회사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적자 누적으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최대 4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 CGB(세포 유전자 바이오 플랫폼)와 미국 마티카, 글로벌 병원 네트워크를 축으로 한 ‘글로벌 CGT 플랫폼’ 전략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4년째 이어진 영업적자 흐름을 언제 끊어낼 수 있을지가 차원태 대표 체제의 핵심 평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차원태 대표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차바이오텍은 LG CNS, 한화 금융 계열사 등으로부터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AI·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00억원을 투자해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을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차헬스케어의 2027년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밸류체인 정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차바이오그룹은 내년 6월까지 차헬스케어와 차케어스를 합병할 계획이다.
차케어스는 의료기관 시설관리, 가족케어, 병원 고객센터 운영 등 병원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업이다. 그룹은 합병을 통해 ‘연구·임상(차바이오텍)–생산(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치료(차헬스케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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