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고양/정다윤 기자] 방 안에는 강지훈(22, 201cm)이 좋아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고양 소노의 루키 강지훈은 신지원과 함께 호텔 소노캄 고양에서 생활 중이다. 프로 첫 시즌을 보내는 신인에게 숙소는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다. 훈련과 경기를 오간 뒤 몸을 쉬게 하고, 다시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하루의 배경이다. 코트에서는 늘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수지만 문 하나를 닫고 들어온 뒤의 시간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문 하나를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강지훈의 침대 맞은편 책상 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러 물건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건 자신의 사진이 담긴 액자였다.
“팬이 찍어주셨어요. 잘 나온 것 같다고 하셨는데, 사진 계정을 따로 운영하지 않다고 하셨죠.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해서 액자로 만들어 주셨어요. 이거(연세대 사진)는 대학교 때부터 봐주신 팬이 해주셨어요. 3학년이 되고 첫 경기에서 수훈 선수가 됐을 때예요. 기념이 된 날에 좋은 선물해 주셨습니다.”
정성스러운 팬들의 손편지가 가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불룩해진 모양새에 확장 공사가 필요해 보일 정도였다.
“편지를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써주셨어요. 담는 곳이 너무 작아서 늘려야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넣는 게 없어서 다이소 가서 박스를 사서 넣으려고요. (뒤에 있던) 종이 박스 말고 예쁜 선물 박스 같은 걸로요.”
이번에는 고급스러운 봉투 안에 담긴 향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재진이 직접 시향해 보니 가운데 놓인 향수는 유난히 달콤한 꽃 향이 짙게 감돌았다.
“첫 번째는 딥디크의 베티벨리오... 맞나? 이거는 여름 향수예요. 딥디크에는 오르페옹이라는 유명한 향수가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거라 다른 걸 원했어요. 여름에 쓸 만한 게 없어서 골랐습니다. 두 번째 블랑시는 선물을 받아서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향은 굉장히 여성적인(?) 꽃향이에요. 마지막도 선물 받은 구찌 향수예요. 블랑시와 반대로 굉장히 남성적인 향입니다. 정해진 건 없고 당일 끌리는 걸로 뿌리고 나가요.”
침대 옆에도 여러 물건이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 그 사이로 뽑기 인형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침대 곁을 차지하고 있어 요시(파란색)와 커비(핑크색)는 제법 존재감이 뚜렷했다. 한창 인형을 좋아할 나이(?)다.
“인형들은 제가 뽑기로 뽑은 거예요. 신발은 그냥 뽑고 싶었어요. 박스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몰랐거든요. 뽑았는데 한 8천 원(16번 시도) 준 것 같아요. 요시는 선물로 받았고, 커비는 뽑았어요.”
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강지훈의 목소리에는 금세 들뜬 기색이 묻어났다. 그중에서도 커비 이야기에 특히 깊이 빠져들었는데, 이쯤 되면 직접 만든 사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는 곧바로 유튜브까지 찾아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커비... 그냥 귀여워서 좋아합니다. 닌텐도 게임도 했었어요. 꽤 많이. 커비랑 젤다의 전설 이런 거요. 젤다의 전설은 제 최애 시리즈는 스카이워드 소드예요. 커비는 애니메이션까지 봤어요. 메타나이트랑 디디디 대왕 다 나오는데....”
끝없이 물건이 나오는 침대 옆. 이번에는 휴대전화와 충전기가 들어 있던 빈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휴대전화를 새로 산 것이었다.
“아이폰 13 프로를 4년 동안 썼었어요. 배터리도 너무 빨리 닳더라고요. 배터리 성능 최대치가 75%였어요. 하루에 충전을 세 번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 하루를 좀 살아갈 수 있더라고요. 카메라도 좀 깨졌었고 오래 써서 바꾸게 됐어요. 아버지가 사주셨어요. 다음부턴 제 돈으로 사래요. 아버지 핸드폰도 사드리는 아들이 될게요.”
침대 밑을 들여다보니 침대만 한(?) 크기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 번에 보고 편하게 골라 신으려고 그 자리에 모아뒀다고 했다. 바로 옆에는 원정길마다 함께하는 가방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만 가서 산 가방인데, 제가 진짜 사고 싶었던 거예요. 데님이라서요. 한국에서 비쌌는데 대만 조던 가게에 이게 진열돼 있었어요. 더 싸게 사서 너무 좋았어요. 완전 행복했죠.”
강지훈은 데님에 정말 진심이다. ‘청지훈’이다. 옷이 놓인 자리에는 청바지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고 하나를 보면 또 하나가 나오는 줄줄이 사탕 같았다. 그 자리는 어느새 청바지 관람회장(?)이 됐다. 덕분에 청바지 구경을 실컷했다. 평소에는 키 때문에 바지를 사는 일이 쉽지 않다고도 했다.
사진은 예쁘게 남길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청바지 자랑이 끝난 뒤 눈에 밟힌 건 위 사진에서 4번째 바지다. 강지훈에게도 허리가 크다는 이 바지는, 실물로 보니 취재진이 이불로 덮어도 될 것 같은 크기였다. “청바지를 진짜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청자켓도 숙소에 둘 예정이에요.” 역시 청지훈.
▲이현중이 입던 바지
줄줄이 청바지가 이어지던 때 다른 바지 하나가 눈에 밟혔다. 데님이 아닌 트레이닝 바지였다. 알고 보니 이현중(나가사키)이 입던 것이었다. 이현중의 어머니(성정아)가 옷을 한 박스 건넸다고 한다.
취재진의 “(이)현중 선수 옷을 입으면 잘 되는 것 같나요?”라는 어이없는(?) 질문에 강지훈은 “옷을 입는다고 현중이 형처럼 하면 다들 현중이 형 옷을 뺏어 입죠(웃음)”라고 말했다. MBTI T(사고형)일 것 같다.
이어진 옷장 공개에서는 목도리와 벨트도 눈에 들어왔다. 둘 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목도리는 평소에도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특히 4월 9일 시상식에는 금색 벨트를 착용하고 갈 예정이라며 슬쩍 예고하기도 했다.
숙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건 황금 강아지의 ‘강아지훈’이었다. 선물 곳곳에도 강아지가 꽤 있었다.
책상 한켠에는 작은 주머니와 인형도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립밤이 여러 개 모여 있었는데, 이쯤 되면 평생 써도 될 것 같은 양이었다. 인형의 퀄리티도 꽤 인상적이었다. 귀도 움직였고 유니폼도 제법 정교하게 입혀져 있었다. 강지훈 역시 아까워서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제가 입이 자주 트는데 팬들이 많이 선물해 주셨어요.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걸로 선물해 주셔서 두고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형도 아까워서 못 들고 다니고 있어요. 제 별명이 강아지(?)더라고요. 왜 강아지가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이채형(연세대)의 키보드(채형아 보고 있니)
아기자기한(?) 책상 한가운데에는 키보드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컴퓨터도 없는 이 공간에서 키보드는 꽤 뜬금없었다. 충격적인 건 강지훈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채형이(연세대) 키보드예요. 1학년 때부터 빌려 쓰던 건데... 아직도 못 주고 있네요. 아마 본인도 모를걸요? 까먹었을걸요. 이 기사 보고 알게 되면 연락 오겠죠. '키보드 달라'고요. 그때 기숙사의 짐을 제가 아니라 부모님이 빼주셨거든요. 이제 그게 제 것인 줄 알고 가지고 오신 거죠(웃음).”
호화로운 호텔 생활을 누리고 있었지만, 강지훈의 만족은 시설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좋은 밥과 편한 휴식만큼이나 크게 다가온 건 팀 분위기였다. 형들이 세심하게 챙기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 속에서 팀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뷔페도 맨날 먹을 수 있고 사우나도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소노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형들도 너무 잘 챙겨주세요.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 몇 경기 얼마 안 남았는데 분위기 잘 이어가서 좋은 결과 내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