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원래 사람 안 물었는데…여기서 180만년 전 첫 ‘흡혈 변이’

곽노필 기자 2026. 3. 19. 09: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기는 몸길이 1cm도 안 되는 작은 곤충이지만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매년 2억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6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이다.

연구진은 "이는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순다랜드에 처음 도착한 시기와 일치한다"며 "이 변이가 일어나기 전에는 모기들이 다른 영장류를 흡혈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노필의 미래창
호모 에렉투스 동남아 도착 시기와 일치
영장류 흡혈종 일부에서 변이 일어난 듯
모기가 인간의 피를 빨아 감염병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것은 180만년 전 동남아시아에 호모 에렉투스가 도착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의 피를 빤 직후의 모기. 위키미디어코먼스

모기는 몸길이 1cm도 안 되는 작은 곤충이지만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매년 2억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6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이다.

흡혈관 역할을 하는 2mm 안팎의 작은 침을 통해 말라이아를 비롯해 뎅기열, 뇌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등 다양한 질병을 퍼뜨린다.

그러나 모든 모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전체 350여종 가운데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흡혈 모기 아노펠레스 레우코스피루스(Anopheles leucosphyrus)군에 속하는 것은 20종에 불과하다.

인류는 언제부터 이 치명적인 모기의 위협에 노출됐을까? 미국 밴더빌트대와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동남아시아에서 채집한 고병원성 레우코스피루스군 모기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모기가 인간의 피를 빨아 감염병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것은 180만년 전 동남아시아에 호모 에렉투스가 도착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992~2020년 동남아에서 채집한 11종의 모기 38마리의 DNA를 분석해 돌연변이율을 역산하는 방식으로 모기 흡혈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피를 선호하는 모기의 변이는 레우코스피루스 그룹 내에서 단 한 번, 290만~160만년 전 사이에 보르네오, 자바, 말레이반도, 수마트라를 포함하는 순다랜드 지역에서 일어났다.

연구진은 “이는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순다랜드에 처음 도착한 시기와 일치한다”며 “이 변이가 일어나기 전에는 모기들이 다른 영장류를 흡혈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검은 점은 채집지, 점 옆의 숫자는 해당 채집지에서 수집된 모기 종을 나타낸다. 파란색은 영장류, 보라색은 인간, 빨간색은 혼합 흡혈종이다. scientific reports

순다랜드에 상당수 호모 에렉투스 살았던 듯

이 모기들의 조상은 530만~260만년 전 열대우림으로 덮여 있던 순다랜드에서 종 분화를 일으킨 영장류 흡혈 모기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후 기후가 점점 더 건조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빙하기가 시작되는 후기 플라이오세(330만~258만년 전)와 초기 플라이스토세(258만~78만년 전) 시기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계절성 숲과 초지 회랑이 형성되고, 이것이 이 지역에 도착한 초기 호미닌 호모 에렉투스가 인도차이나 반도를 거쳐 자바섬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기가 선호하는 흡혈 대상이 바뀌려면 체취를 감지하는 데 사용되는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야 한다. 연구진은 레우코스피루스에서 인간 체취를 선호하는 변이가 일어난 것은 순다랜드에 호모 에렉투스가 상당수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생 인류가 이 지역에 도착한 때는 모기가 이미 인간 흡혈 습성을 충분히 진화시킨 후인 약 7만6천~6만3천년 전이다. 모기의 흡혈 DNA가 고대 화석 기록이 적은 동남아 지역 인간 진화사의 공백을 일부 메꿔주고, 모기와 인간 숙주 사이 공진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 셈이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모기의 인간 흡혈 역사를 100만년 이상 앞당겼다. 지금까지는 아프리카의 주요 말라리아 매개체인 감비아얼룩날개모기(Anopheles gambiae)와 콜루치얼룩날개모기(Anopheles coluzzii) 계통에서 50만9천~6만1천년 전 인간 흡혈 변이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정보

Early hominin arrival in Southeast Asia triggered the evolution of major human malaria vectors.

http://dx.doi.org/10.1038/s41598-026-35456-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