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뒤흔드는 ‘무한 시소 게임’...중동 포화에 내리고, 반도체 실적에 오르고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이 부딪히며 치열한 ‘시소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코스피 지수는 반도체 실적과 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5% 넘게 급등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나 싶었는데, 곧바로 이어진 세계 석유시장에서 유가가 급등하자 19일 코스피는 2.7% 가량 떨어졌다. 반도체와 AI 관련 기업의 실적 기대감에 지수가 오르다가도, 전쟁 상황에 따라 유가가 오르면 상승분을 반납하는 전형적인 시소 게임이 반복되고 있다.
◇호재 터지면 유가가 반락시킨 보름간의 ‘시소 게임’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후, 국내 증시는 대외 악재와 내부 호재가 충돌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코스피는 전쟁 충격으로 인해 18% 넘게 폭락했는데, 5일에는 돌연 9.6%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접촉설이 흘러나오고, 유가가 안정되면서다. 이어 10일(5.35%)과 11일(1.4%)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 영향 등으로 상승하며 56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전쟁 상황이 악화하고 유가가 오르면 여지없이 상승분을 반납했다. 지난 17일에는 전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 호재로 인해 장중 5717.13까지 오르며 기세를 올렸으나, 오후 2시 넘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의 드론 피격 소식에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97달러까지 치솟자 곧바로 크게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이날 오전 100만원을 뚫어냈던 SK하이닉스는 0.41% 하락한 97만원에 장을 마쳐야 했다.

18일 열린 증시는 그간의 시소 게임을 끝내고 상승 쪽으로 무게추를 확실히 옮기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각각 7.53%, 8.87%씩 오르며 20만9500원과 105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0만원, SK하이닉스가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전쟁이 터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상승 역시 미국 마이크론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고가(461.69달러)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전반에 호재가 쌓인 점이 작용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5900선을 넘어서며 6000선 탈환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의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를 타격했다는 소식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가 각각 107.38달러, 96.32달러로 오르면서, 19일 코스피는 3% 가까이 하락하며 전날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선임연구원은 “반도체·AI 관련 호재로 인한 투자 심리 개선과 중동 악재 사이에서 시장이 시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쟁 충격 넘어서는 실적 기대감에 “코스피 장기 우상향 전망”도
다만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시장이 AI와 반도체 관련 호재에 비교적 강하게 반응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가 상승보다는 경제 체력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경기 둔화 우려보다 소비 강세로 인한 호재가 더 강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조재완 체슬리투자자문 팀장은 “주식은 미래를 선반영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전쟁이 끝나기 전에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쟁은 언젠가 끝나지만 기업 실적은 계속 이어지기에 투자자들이 단기 충격보다 중장기 흐름인 전쟁 이후의 회복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자들도 최근 코스피가 급등락하는 와중에 중장기로는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경우 코스피는 7500~8500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책 분야 한국 자본시장 개혁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기업들이 실행 단계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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