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느림을 이해해야 합니다

김희국 기자 2026. 3. 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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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18일 '경계선 지능인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부산시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려고 경계선 지능 성인 60명과 미성년의 주보호자 140명 등 2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아울러 2028년을 목표로 부산사회서비스원 산하에 경계선 지능인 통합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합니다.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부산시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을 보면 전체 인구의 13.59%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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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느린 학습자 커뮤니티 ‘온자람’이 행사에서 경계선 지능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온자람·아다지오 제공


부산시가 18일 ‘경계선 지능인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부산시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려고 경계선 지능 성인 60명과 미성년의 주보호자 140명 등 2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간단하게 내용부터 보겠습니다. 시는 2030년까지 63억 원을 투입해 진단 체계 구축과 실태 파악, 생애주기별 성장 지원,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을 골자로 하는 3대 전략과 12개 과제를 추진합니다.

아울러 2028년을 목표로 부산사회서비스원 산하에 경계선 지능인 통합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합니다. 또 ‘진단-상담-사례관리-서비스’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지원 구조를 갖추고, 고위험군 선별 및 보조 진단기구 개발·보급에도 나섭니다. 부산시교육청, 복지관, 대학 등 관계기관 협의체는 연내 발족을 목표로 합니다.

잠깐, 갑자기 튀어나온 경계선 지능인이란 개념이 다소 생소하시죠? 국제신문은 지난 2월 23일 자 지면부터 4주 동안 4회에 걸쳐 경계선 지능인 관련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장애(IQ 70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IQ 85 이상)에 미치지 못하며, 인지·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부산시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을 보면 전체 인구의 13.59%로 추산됩니다. 올 1월 부산 인구를 감안하면 약 44만 명이 해당됩니다. 같은 시기 해운대구 인구 37만여 명보다 많습니다. 생각보다 많죠?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적 장애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들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일반인과 다른 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느림’입니다. 그들은 단지 느릴 뿐입니다. 하지만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그들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은 생애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에선 정규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사교육에 매달립니다.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무척 큽니다. 배우면 천천히 성장하지만 멈추면 바로 퇴보하기 때문에 교육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성인이 되면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취업 기회가 많지 않고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느리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부산시의 실태 조사 결과 성인 경계선 지능인의 78.3%는 소속이 없습니다. 결국 사회에 나가지 못한 경계선 지능인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집입니다. 집에서 나오지 않고 사회와 격리됩니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제도적으로 미비합니다. 경계선 지능인을 지원할 법적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경계선 지능인과 가족, 관계 기관이 절실하게 바라는 컨트롤타워도 법적인 근거가 없어 아직 설립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부산시가 5개년 계획을 세웠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먼저 경계선 지능인의 존재를 이해하고, ‘느림’을 인정하는 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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