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단학' 한국화장품, 지금 어디에 서 있나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한국화장품그룹의 총매출 규모는 단순 합산 기준 3453억원 수준이다. 본체인 한국화장품이 928억원,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OEM) 사업을 전담하는 한국화장품제조가 1675억원,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 더샘을 운영하는 더샘인터내셔날이 723억원, 힐리브가 127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1970~80년대 화장품 업계 '쌍두마차'로 불리며 시장을 양분했던 경쟁사 아모레퍼시픽(태평양화학)이 연 매출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대의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는 두 기업의 격차를 가른 요인으로 시장 변화 대응 속도를 꼽는다. 아모레퍼시픽이 유통 채널 다변화와 해외 진출에 나선 반면 한국화장품은 방문판매 채널과 내수 시장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OEM·ODM 구조 정착, H&B 스토어와 온라인 중심의 유통 채널 재편,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평가다.
계열사 더샘인터내셔날의 재무제표가 이를 보여준다. 더샘의 매출은 2019년 1056억원에서 2020년 550억원으로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19와 로드숍 시장 위축이 겹친 결과다. 두 해 모두 판관비가 매출총이익을 넘어서며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509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22년 520억원 ▲2023년 624억원 ▲2024년 723억원으로 회복했지만 2019년 매출의 7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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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 본체는 2020년 170억원, 2021년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 손익분기점에 머물다 2023년 영업이익 3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6억원대로 전년 대비 84.7% 감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과거 주력이었던 쥬단학, 산심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위축된 사이 그룹의 성장축은 계열사로 이동했다. 한국화장품의 브랜드 전략은 투트랙으로 나뉜다. 10~20대와 해외 직구 소비자는 더샘으로, 시니어 고객층은 쥬단학 방문판매 채널로 각각 공략하고 있다. 쥬단학은 지역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뷰티마스터(판매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영업망을 재편했다. 방문 판매 제품은 40만원대 한방 화장품 산심부터 최대 1000만원대 지압침대(타사 제품 제휴 판매)까지 다양하다.
한국화장품은 1962년 고(故) 임광정 회장과 고(故) 김남용 회장이 공동 창업했다. 두 창업주 가문이 혼인으로 얽히며 가족기업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한국화장품제조(실질적 지주사)→한국화장품(판매사)→더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오너 일가는 한국화장품제조 지분의 약 46.7%를 합산 보유한다.
한국화장품제조의 최대주주는 고 임광정 회장의 장남인 임충헌 회장(지분율 11.54%)이다. 그룹 경영 총괄은 고 김남용 회장의 외손자인 이용준 부회장이 맡고 있다. 임충헌 회장의 장남인 임진서 부사장은 제조 부문과 더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창업 1·2세대를 지나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지난달 20일 유통 주식수 확대를 목적으로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5대 1 주식분할을 공시했다. K뷰티 수출 호황에 따른 실적 증가를 바탕으로 소액 주주의 접근성을 높여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2세대가 완수하지 못한 그룹 혁신이라는 과제가 3세들에게 넘겨졌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매출 회복은 K뷰티 트렌드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더샘과 한국화장품제조 모두 K뷰티 호황이 꺾일 경우 재차 실적이 악화할 수 있는 구조다. 반짝 성장을 지속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B2B 중심 해외 진출 구조를 B2C 브랜드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유통 혁신과 마케팅 투자를 병행하는 경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정원 기자 garde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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