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만날 이별들

칼럼니스트 강백수 2026. 3. 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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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은 뚱뚱해] 인생의 수많은 이별들을 잘 이겨내길 바라며
아들은 조금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었지만 잘 이겨내길 바란다

훗날 석가모니가 되는 고타마 싯다르타는 탄생하며 어떤 예언을 받았다. 그는 전 세계의 왕이 될 수도 있고, 세속을 버리고 성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왕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당연히 아들이 왕이 되기를 바랐고 세속을 버리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상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그를 차단했다. 오직 궁전 안에서 지내며 누군가 늙거나, 병들거나, 죽는 것을 보지 못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 속에서만 살아가도록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온갖 고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왕궁을 떠나게 된다. 

아빠가 되기 전에는 싯다르타의 아버지가 어리석고 탐욕스럽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기르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세상에 어둡고 슬프고 괴로운 일들로부터 영원히 아들을 격리시킬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밝고 아름답고 따뜻한 것들 사이에서 지내게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험하고 가슴아픈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아들이 언제까지 내 품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동안만큼이라도 안온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어린이집에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들은 처음으로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이제 20개월 된 아들이 이별이 무엇인지, 또 자기가 그걸 맞이했는지와 같은 것들을 알 리 없다.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마지막 하원을 준비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선생님의 얼굴에서 이별이라는 단어를 읽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일 자신을 품어주던 공간과 매일 마주하던 선생님, 형아, 누나들을 며칠째 보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는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어린이집도 좋은 곳이다. 아파트 1층에 있었던 아담한 가정어린이집과는 달리 건물 하나를 통으로 다 쓰는 커다란 어린이집이다. 공간이 넓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훨씬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사회생활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나 프로그램들도 훨씬 다양하게 마련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들은 등원 첫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무리 좋아도 20개월 아기에게는 그냥 낯선 공간과 얼굴들일 뿐, 아침에 등원 준비를 하며 신발을 신을 때 떠올렸던 장면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장면 속에 놓인 것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가길 바라며. ⓒ강백수

이별이란 새로운 세상에 던져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한동안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가 없는 세상 복판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때때로 견디기 힘들기도 하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수도 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다. 이번 상황처럼 불가항력적으로 이별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이별도 있다. 어떤 것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게 스리슬쩍 일어나기도 한다. 

아들이 살아갈 긴 인생에도 수많은 이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만난 친구들과도 언젠가는 또 이별할 것이고, 그 다음에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대부분 끝내 헤어지고 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이별 중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먼저 떠날 나와의 이별도 있겠지. 알지만 어느 것도 막아줄 수는 없다. 싯다르타의 아버지가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끝내 싯다르타가 세상의 고통을 마주한 것처럼. 

그러나 힘들 때도 있겠지만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외할머니가 어머니 계신 곳으로 또 떠나시던 날, 십구 년 함께 살던 강아지를 화장하던 날을 나도 어떻게든 이겨내며 살았다. 나와 내 아들이 강하거나 잘나서가 아니고, 누구나 결국은 이겨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곁에 있는 사람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매번 큰 이별을 겪을 때마다 누군가는 내 손을 붙들어 주었기에 그나마 수월하게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나가며 여태까지 살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 수많은 이별과, 고통과, 슬픔을 마주하고 살아갈 아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가 붙들어줄 손을 필요로 할 때 언제나 거기 있어주는 것이다. 이겨내라고 닦달하지 않고, 그렇다고 세상을 두려워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고 힘 있게 그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보다 더 크고 많은 만남과 기쁨과 환희를 그의 유년에 꼭꼭 채워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라는 걸 안다. 

곧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 된다. 오늘도 조금은 울었을지 모르는 아들을 위해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잔뜩 만들어놔야겠다. 참기름에 두부도 부치고 포슬포슬한 달걀찜도 만들어놔야지. 많이 먹고 기운내서 또 내일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칼럼니스트 강백수(인스타그램 baeksoo_kang)는 200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2010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일상의 시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6시에 잠들던 예술가로 살다가 이제는 6시에 일어나는 아빠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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