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국이 대국을 이길 때, 힘의 논리가 완전히 뒤집어질 때 기쁨, 그게 단체종목이 가진 힘이다

야구는 미국이 만든 스포츠다.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산업과 수백 년에 가까운 역사, 세계 최고 선수층까지 갖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런 미국을, 그것도 미국 땅에서 열린 국제대회 결승에서 꺾고 정상에 오른 나라가 있다.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다.
베네수엘라는 국가 차원에서 보면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경제 규모, 군사력, 산업 기반, 정치적 영향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격차가 압도적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27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다. 베네수엘라는 그에 비하면 200~300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GDP(3500달러-8만달러), 인구(2800만명-3억3000만명), 국토면적(91만km²-983만 km²) 뿐만 아니라 군사력, 국제 정치 영향력에서도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앞서는 것은 석유매장량(약 3000억 배럴-약 700억 배럴), 앞선다고 표현하기는 부적절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 정도가 아닐까.
그런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이길 수 있는 야구였다. 경기장 안에서는 국력이나 GDP가 아니라 팀워크와 집중력, 경기력이 승부를 결정했다. 지난 18일 작은 나라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강대국을, 그것도 강대국 한복판에서, 그것도 야구의 종주국과 세계 최고 야구기량을 뽐내는 미국을 잡았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밤늦도록 축하했다. 정부는 임시 공휴일까지 선포했다. 한 시민은 “세계 강대국인 미국을 이겼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국가주의를 연결시킬 의도는 없다. 단체 종목에서 거둔 값진 승리가 국민 자신감,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는 뜻일 뿐이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이기는 순간은 스포츠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다. 축구에서도 이런 장면은 수없이 반복돼 왔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은 이탈리아를 무너뜨렸다. 2002년에는 한국이 이탈리아를 이겼고, 2018년에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한국축구는 지난해 미국원정에서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 미국을 꺾었고 2002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1로 비겼다. 한국과 미국 간 상대전적은 6승3무3패로 한국이 앞선다. 한국남자축구는 중국에 24승13무2패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분야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인구와 경제 규모, 군사력, 국토크기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밀리는 미국, 중국을 한국이 이길 수 있는 것은 축구, 야구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력의 격차가 있어도 단체 스포츠에서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이길 수 있다. 그게 단체종목이 가진 엄청난 매력이며 파급력이다. 농구, 배구 등 신체조건이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목과 달리 야구, 축구는 상대적으로 체구가 조금 작아도, 키가 조금 작아도 종종 소국이 강국을 잡을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바뀌기 정말 힘든 힘, 권력, 돈의 질서가 경기장 안에서는 뒤집힌다. 축구든, 야구든 상관없다. 언젠가 또 한국 야구와 축구가 세계 강호를 꺾는 날이 나오기를, 그 승리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과 용기, 기쁨과 자긍심을 불어넣으며 오래 기억될 역사로 남기기를 바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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