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으로 빛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헌트릭스의 2026 아카데미 드레스

김의향 THE BOUTIQUE 기자 2026. 3.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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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매료시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마침내 아카데미 2관왕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운 기념비적인 날! 아카데미 레드카펫과 스테이지를 빛낸 또 하나의 트로피는 그녀들의 금빛 드레스였다. 레드카펫을 수놓은 대담한 블랙과 골드, 그리고 무대 위를 장식한 고결한 화이트와 골드.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한 그 눈부신 찰나의 순간을 플래시해본다.

제98회 아카데미 레드카펫 드레스로 블랙과 골드로 매치시킨 이재, 레이아미, 오드리 누나. @ejae_k

시상식의 서막을 알리는 레드카펫에서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의 목소리 주인공인 이재(EJAE),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는 메가 히트곡 ‘골든’을 향한 재치 있는 오마주로 블랙과 골드 룩을 맞춰 입고 등장했다. 이들의 룩은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각자의 개성과 메종의 헤리티지가 결합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먼저 곡의 공동 작곡가이자 루미 역을 맡은 이재(EJAE)는 디올의 골드 드레스로 클래식한 우아함을 빛냈다. 랩 스타일로 교차하는 패브릭이 만들어낸 깊은 슬릿과 스트랩리스 보디스에 장식된 블랙 폼폼 장식은 디올 특유의 절제미 속에 현대적인 위트를 더했다.

아카데미 레드카펫 드레스로 디올의 드레스를 입은 이재(EJAE). @ejae_k

오드리 누나는 톰 브라운의 커스텀 드레스를 선택해 전형적인 이브닝웨어를 거부했다. 밀리터리 풍 블레이저 상의에 빗줄기처럼 흐르는 골드 시퀸, 그리고 무아레(Moiré: 물이 흐르는 듯한 물결 모양) 효과가 가미된 아방가르드한 스커트의 조합은 ‘미라’의 강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캐릭터를 투영했다.

톰 브라운의 커스텀 드레스를 입은 오드리 누나. @audreynuna

레이 아미는 라훌 미슈라(Rahul Mishra)의 미니 드레스 위에 자연의 이미지를 수놓은 황금빛 오페라 코트를 걸쳐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특히 자연과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금빛 자수는 그녀가 연기한 ‘조이’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는 미장센이 됐다.

라훌 미슈라(Rahul Mishra)의 드레스를 입은 레이 아미. @rei.ami

작품의 서사를 이끈 목소리 출연진들 역시 캐릭터의 당당한 애티튜드를 패션으로 표현해냈다. 이들은 ‘시스루’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활용해 고전적인 관습에 도전하는 현대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 역의 아덴 조(Arden Cho)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미스 소희(Miss Sohee)의 2026년 봄, 여름 쿠튀르 드레스로 드라마틱 실루엣을 보여주었다. 풍성한 소매의 동양적인 모티프와 투명한 격자무늬 머메이드 스커트가 조화를 이룬 이 드레스는 동양적인 미학을 현대적인 오트 쿠튀르로 재해석해낸 디자인이다.

미스 소희(Miss Sohee)의 2026년 봄, 여름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아덴 조. @arden_cho

조이 역의 유지영은 캐롤리나 헤레라의 깊은 플런지 네크라인과 커다란 블랙 리본이 돋보이는 드레스로 고전 할리우드의 매력을 과시했다. 미라 역의 메이 홍은 로베르토 카발리의 아카이브 피스를 선택해 다크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골반부터 무릎까지 이어지는 시스루 컷아웃은 그녀가 맡은 ‘미라’의 냉소적이면서도 뜨거운 내면을 상징하는 듯했다.

로베르토 카발리의 드레스를 입은 메이 홍. @mayonnaisehong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를 입은 유지영. @jiyoung_ie

제98회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주제가상 수상과 축하 무대에서 이재가 착용한 르쥬(Leje)의 커스텀 드레스였다. 르쥬는 제니의 한국적 모티브 뮤직 비디오와 무대 의상 커스텀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대한제국 황실 대례복에서 영감을 받은 이 의상은 헌트릭스 세계관 속 루미가 입었던 제복의 연장선이자, ‘골든’이 말하는 ‘빛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창조물이다. 의상의 중심에는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가 자리한다. 수없이 피고 지면서도 다시 피어나는 무궁화는 영원과 끈기,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을 상징하며, 그 주변을 흐르는 당초문(덩굴 문양)은 생명의 흐름과 번영을 의미하며 무궁화의 메시지를 더욱 확장한다. 순백의 미 위에 황금색 무궁화와 당초문을 수놓아 한국적인 끈기와 번영을 표현했다.

제98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로 무대에 선 헌트릭스. 애니메이션 속에서 헌트릭스가 입었던 무대 의상에서 확장된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다. @ejae_k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순백의 화이트 바탕 위에 더해진 금동 장식은 고대 한국의 금관을 연상시키며, 이는 극 중 루미가 지닌 ‘빛’의 상징을 투영한다. 특히 이 모든 금속 장식은 한국의 전통 금속 공예 장인인 두석장의 손을 거쳐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완성되어 그 가치를 더했다. 고대 왕관을 연상시키는 금동 장식은 루미가 상징하는 ‘빛’의 서사를 완성했다.

르쥬(Leje)가 커스텀 제작한 이재의 아카데미 공연 드레스는 대한제국 황실 대례복에서 시작된 디자인이다. @leje.officail

이재의 드레스는 아름답다는 감상을 넘어선다. 케이팝이 어떻게 자신의 기원을 재해석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지를 보여주는 패션이었다. 순백과 골드는 단순한 컬러 매칭이 아니라, ‘골든’이라는 곡이 가진 상승과 빛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확장한 창조물이었고, 무궁화와 당초문을 통해 한국적 미학을 세계의 중심에 놓았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순백에 피어난 무궁화와 당초문. 금속 장식은 한국 전통 금속 공예 장인 두석장이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leje.officail

제 98회 아카데미 시상식레드카펫의 블랙과 골드, 무대 위의 순백과 무궁화는 이제 오스카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이들이 다음 시즌에 펼쳐갈 한국 문화의 재해석과 재창조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할리우드라는 플래닛에 한국 문화라는 별이 가장 눈부신 ‘골든’ 빛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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