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연금 기금화 지원단에 11명 중 9명이 ‘금융기업’ 인사

퇴직연금 기금화를 위한 정부 후속 논의체에 금융기업 소속 인사가 대폭 등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정은 지난달 20여년 만에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와 퇴직연금 기금화 확대에 합의했다. 퇴직연금 기금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개방형,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기금 형태로 기금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후속 논의를 위한 민간지원단에 9개 금융기업 관계자로만 구성했고 공공기관 개방형 사업자로 거론되는 국민연금공단이나 근로복지공단 참여는 전무했다. 노동계가 문제제기를 하고 난 뒤에야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와 국민연금 전문가를 추가했다. 후속 조치를 위한 구성부터 공공성을 배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간지원단 모두 금융기업 소속 인사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퇴직연금 기금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꾸린 민관 합동 실무작업반에는 당초 증권·은행·생보·손보·펀드평가·자산운용 영역의 기업 인사들만 '민간지원단'으로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차장 △하나은행 △교보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펀드평가 소속 관계자다.
노동부가 운영하는 민관 합동 실무작업반은 실무작업반 16명과 민간지원단 9명으로 구성된다. 실무작업반은 노동부·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소속 공무원 각 1명, 양대 노총 각 1명,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각 1명, 전문가 8명이다. 실무작업반은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들로 이뤄진 데 반해 민간지원단이 금융기업 관계자들로만 채워진 부분이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첫 회의에서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노동부는 원종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과 제갈현숙 한신대 교수를 추가했다.
민간지원단은 실제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에도 참여한다. 노동부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실무작업반 산하에 2개의 분과를 설치하고, 논의를 진행해 올해 7월까지 결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 2개의 분과에 민간지원단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분과는 수탁자책임(인·허가, 수탁자의무, 지배구조 등), 2분과는 제도운영(적립금 운용, 공사·보고, 관리·감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영훈 장관 "실무작업반 인사 추가 고려하겠다"
민간지원단 구성부터 금융기업 위주로 이뤄지며 노동부가 공공기관 개방형 방식의 퇴직연금 기금화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직연금 합의를 이끌어낸) 노사정 TF에서 국민연금의 사업자 참여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공공기관 개방형 추진 시기나 참여 범위와 관련해 구체화된 계획이 필요하다는 제기도 (합의 이후) 있었다"라며 "공공기관 개방형 제도에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대단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개방형의 경우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용하고 있는 푸른씨앗 사업을 모델로 하고 있고, 지난달 노사정 합의에는 푸른씨앗 가입 대상을 30명 이하 사업장에서 300명 이상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푸른씨앗은 최근 3년여간 누적 수익률 26.98%를 기록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기업 인사들로만 민간지원단을 꾸린 것에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사정 합의 때도) 금융회사들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TF에서) 공회전을 하다 각자 주장하는 내용들을 다 담아서 합의를 하는 결과를 낸 것 같다"며 "민관 합동 실무작업반에 금융회사 전문가분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지배구조, 인허가 요건, 수익률 등에서 상당히 결론을 내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노동부는 7월까지 바람직한 방향성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나름대로 저희들이 (민관 합동 실무작업반 구성을) 고려한다고 했는데 부족한 점이 있다면 추가하는 것도 고민해 보겠다"며 "노사정 합의 이후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본격적인 2라운드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창국 금융위위원회 상임위원도 "노사정 합의 내용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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