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당국이 '독일' 눈여겨보는 이유는?

김준희 2026. 3. 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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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주택·도시 재탄생 전략' 세미나
"통화·금융·세제·공급 아울러 제도 재설계해야"
"정권 따라 달라지는 규제 기조 변동성 키워"
"독일은 저희가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대상입니다. 독일은 매매·임대시장 모두 2010년 이전 30년간 매우 안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동성이 유입되고 금리가 내려가면서 임차료가 3배까지 오르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유동성과 자산 버블(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역사가 반복됐습니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정부가 유동성 유입으로 불안정해진 독일 주택시장을 반면교사 삼아 모든 시장 요인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부동산 관련 제도 재설계에 나선다. 금리·화폐가치 변동 여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 전반을 고려해 주택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게 목표다.

정권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장 혼란이 야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을 통해 불확실성 대신 안정성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준희 기자 kjun@

30년 끄떡없던 독일 부동산 시장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주택·도시, 재탄생(Rebirth) 전략' 세미나에서 "위기 반복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통화·금융·세제·공급을 아울러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대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마침 대통령께서도 주택시장을 둘러싼 게임의 룰을 재편해야 된다고 말씀하셔서 소명 의식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주택정책관은 최근 부동산 문제가 커지고 있는 독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독일 같은 경우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집값과 임대료가 정말 안정돼 있었다"며 "그러나 유럽연합(EU) 통합과 함께 독일 경제 체력 대비 유로화 가치가 저평가되면서 201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기존 1%대에서 2%대로 도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서 2016년에는 국고채 10년물이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됐다"며 "그 결과 2010년 이전 30년간 임대·매매시장 할 것 없이 안정적이었던 흐름이 유동성 유입과 금리 인하로 명목주택가격지수가 2010년 대비 2024년 2배로, 임차료도 베를린의 경우 3배까지 증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유동성과 자산 버블 형성·붕괴가 계층 간 이동 장벽을 공고히 굳히거나 거시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장 주택정책관은 "버블 형성기에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주거비가 급증하는 문제가 있다"며 "버블 붕괴기에는 금리 인상, 집값 급락 등으로 인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전세사기 등 사고가 급증해 임차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화와 금융, 세제, 공급을 다각도로 다룰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장 주택정책관은 "계층 이동의 장벽이 이렇게 고착화돼서는 미래 세대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하면 계층 이동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을지 최우선 순위를 두고 반드시 성공적인 제도 설계안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준희 기자 kjun@

"정책 일관되면 언제든 집 사도 돼"

이날 세미나에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부동산 규제 기조가 시장 불안정성을 키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권이 교체되면 (규제) 기조가 급격히 전환되면서 정책 지속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수요자들이 정책의 장기 방향성보다는 단기 방향성에 반응하도록 유도해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정적인 정책이 지속된다면 소비자는 집을 지금 사도 되고 5·10년 뒤에 사도 된다"며 "규제 강화·완화 여부가 (계속해서) 바뀐다면 유리한 제도가 있는 시점에 주택을 구매할 수밖에 없고 수요도 단기간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연구위원은 "정책 시계를 20~30년 장기 국가 공간 전략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동시에 인공지능(AI) 기반 수요 예측과 데이터 기반 도시 시뮬레이션, 스마트 행정 체계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주택 및 도시 관리 체계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급 실효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단순히 물량 확대가 아닌 거주가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결국 주택 정책은 '얼마나 많이 공급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거주를 가능하게 하고 어떤 정주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를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며 "'착공을 만드는' 공급과 '거주를 만드는' 정책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희 (kj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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