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재대결' 이끈 스타트업 대표…"맥락 모르는 AI는 무용지물"

김민재 기자 2026. 3. 1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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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현 인핸스 대표
"스탠퍼드 박사급 AI도 맥락 모르면 무능…온톨로지가 핵심"
이승현 인핸스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인핸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3.17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신기하잖아요"

이승현 인핸스 대표에게 인공지능(AI)의 매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복잡한 기술 용어가 아닌 단순하고 원초적인 감상이었다. 공학 용어와 영어를 섞어 쓰던 자칭 '공돌이'의 눈은 반짝였다.

이 대표는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한 지 10년째 되는 날 '재대결' 자리를 주최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업무 맥락을 꿰뚫는 '진짜 AI 동료'의 시대를 꿈꾸는 그를 17일 서울 서초구 인핸스 사옥에서 만났다.

우연히 시작된 '이세돌-AI 재대결'…비행기 안에서 번뜩인 아이디어

AI 스타트업 '인핸스'는 최근 급속도로 이름을 알렸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10주년에 이 9단을 초청해 AI 에이전트와 대국하는 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승현 대표는 이 9단을 행사에 초청하기까지의 과정을 '우연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3~4달 전 한 스타트업 시상식 오찬 자리에 참석해 우연히 이세돌 9단과 마주 앉았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에이전틱 AI로 제작한 바둑모델을 시연하며 이승현 인핸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구체적인 기획은 그날 오후 출장길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는 비행기에서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 AI 최고경영자(CEO)의 저서를 펼쳤다.

이 대표는 책을 읽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다룬 구절을 발견했다. 그는 '대국 10주년'이 언제인지 세어보았다. 석 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그러고는 행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모든 AI 관련 세상의 집중과 관심이 이때(이세돌-알파고 대국)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며 "이 시기에 유의미한 것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기간은 석 달 남짓으로 촉박했지만, 기획 의도와 관점을 설명하자 이세돌 9단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승현 인핸스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인핸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3.17 ⓒ 뉴스1 김명섭 기자

"핵심은 업무 맥락 파악"… 삼전 시절 경험 녹여낸 AI로 50개국 공략

인핸스는 B2B(기업 간 거래)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기업에 AI 운영체제(OS)를 제공해 업무 과정을 AI가 스스로 이해하고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취급 상품이 늘어날수록 복잡해지는 가격 관리나 광고 최적화 등의 업무를 AI가 맡아서 분석하고 처리하는 식이다.

인핸스라는 회사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이미 삼성전자(005930)와 필립스, CJ(001040) 등 주요 기업과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제조나 헬스케어, 국방까지도 확장하고 있다.

인핸스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완벽한 업무 맥락 이해'다. 기업의 복잡한 업무 과정을 '온톨로지' 형태로 구축해 맞춤형 업무 OS를 설계한다.

이 대표의 기술적 철학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다졌다. 그는 2014년부터 약 6년간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기업의 업무 체계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연구에 매진했다

이 대표는 당시 경험에서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려면 맥락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는 곧 인핸스 창업의 근간이 됐다.

이승현 인핸스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인핸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3.17 ⓒ 뉴스1 김명섭 기자

"스탠퍼드 박사급 AI도 맥락이 먼저"… 일하는 에이전트 시대 온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정의하는 '좋은 AI 에이전트'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높은 수준의 업무 완결성 △기존 프로세스와의 원활한 소통 △합리적인 투자 대비 수익(ROI)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치밀한 온톨로지 구축'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온톨로지가 없으면 AI 모델이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이 짧아져 단일 작업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직 규모가 클수록 업무 수행에 필요한 맥락이 방대해지기 때문에, AI가 현업에서 겉돌지 않으려면 탄탄한 지식 체계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래에 기업에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는 에이전트'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무리 AI 모델이 스탠퍼드대 박사보다 100배 뛰어나더라도, 기업 환경에서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결국 온톨로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 진출 계획을 묻는 말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현재는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사와의 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중소 규모 기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아직 B2C 시장 진출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약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 석사 △삼성전자 데이터 애널리스트 △인핸스 대표이사

이승현 인핸스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인핸스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3.17 ⓒ 뉴스1 김명섭 기자

minjae@news1.kr

<용어설명>

■ 온톨로지
온톨로지(Ontology)는 철학적으로는 '존재하는 것들의 본질과 관계를 다루는 존재론'을 의미한다. 컴퓨터 과학에서는 데이터를 기계가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특정 영역의 개념, 속성, 그리고 그 관계를 구조적으로 정의한 지식 모델을 말한다.

■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는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사전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자율 지능형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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