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재발견…기후위기 시대, 주목받는 목조 건축

김규원 기자 2026. 3. 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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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목조로 된 국내 최고층 건물 지어져
산림청, 전국에 40여개 목조 건축 사업 지원
2016년 경기 수원에 목조로 지어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의 내부 모습.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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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건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산림청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목조 건물을 지으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목조 건축은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며, 건강한 건축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끈 목조 건축은 지난해 5월 준공된 대전의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였다. 이 건물은 지상 7층 27.6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목재 구조 건축물이다. 목재 구조 건축물은 고층으로 지을 수 없다는 선입견을 뛰어넘었다. 목조 건축에 대한 18m(5~6층) 높이 제한은 2020년 폐지됐고, 3시간 이상의 내화 성능만 갖추면 13층 이상의 고층 건물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이 건물엔 1363㎥의 목재가 사용됐는데, 이것은 1249톤의 탄소를 저장한다. 이 건물은 전체의 78%를 목재 구조로, 22%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었다. 목재 가운데 71%는 국산 낙엽송, 29%는 독일산 목재를 사용했다. 이 건물의 건축을 담당한 김재식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시설조성관리팀장은 “이 건물은 공공에서 탄소 중립을 선도하기 위해 목재 구조로 지었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목조 건축 활성화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에 지어진 국내에서 가장 높고 큰 목조 건물인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지난해 말 완공돼 3월 중 문을 여는 ‘대전 보문산 큰나무 전망대’도 관심을 끈다. 이곳은 산림청이 예산을 지원한 나무 전망대 가운데 가장 먼저 완공됐다. 2021년부터 지은 이 전망대는 높이 24m, 연면적 1389㎡ 규모다. 산림청과 지방정부는 보문산 전망대에 이어 올해 부산, 내년 대구, 2028년 충남과 전북 등 모두 11곳에 나무 전망대를 지을 계획이다.

산림청은 2022년부터 나무 전망대 사업 등 세 가지 목조 건축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 사업은 ‘목재 친화 도시’로 지역의 목재를 활용해 건물과 거리 등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나무 쉼터와 벤치를 공급하고, 목재로 건물을 리모델링한다. 이 사업은 2029년까지 전국 12곳에서 이뤄진다. 또 셋째로 국산 목재를 활용한 ‘목조 건축 실연 사업’도 2029년까지 전국 22곳에서 이뤄진다. 정부가 주도해 국산 목재로 중대형 목조 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수원역 옆 수원메쎄에서 3회 대한민국목조건축박람회도 열렸다. 이번 행사엔 100여개 업체가 참여해 380여개 부스를 설치했고, 지난해와 비슷한 1만3천여명이 방문했다. 이 박람회를 주최한 월간 빌더의 김창규 국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산업계나 정부기관, 지방정부에서 많이 찾아왔다. 목조 건축의 여러 장점을 이미 알고 있고, 최근 높이 제한 등 법·제도도 개선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목조 건축 재료를 좀 더 원활히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조로 지은 첫 전망대인 대전 보문산 큰나무 전망대는 이달 중 문을 연다. 대전광역시 제공

목조 건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탄소 저장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100㎡(30평)의 목조 건물은 이산화탄소 40톤을 저장한다. 또 목재는 같은 부피를 생산할 때 철강의 191분의 1, 알루미늄의 781분의 1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나무는 건축 재료로서도 우수하다. 같은 무게일 때 나무는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인장·압축·휨 강도가 모두 크다. 또 단열 성능도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우수하고, 최근 내화(불견딤)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미리 공장에서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OSC)·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데도 더 유리하다. 가볍고 가공이 쉬우며 변형이 작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나 피부, 호흡기 등 건강에 좋다는 전통적 장점도 있다.

이성진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목조 건축은 국내에서 생산한 목재를 순환 활용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아직은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정도지만, 앞으로 주택이나 상업·사무 건물을 짓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통 시대엔 목재가 보편적 건축 재료였다. 현대에 들어 철근 콘크리트나 철골이 보급되면서 목조 건축은 크게 줄었다. 다만, 북아메리카나 일본에선 목조 주택이 꾸준히 지어졌다. 최근 들어 유럽 국가에선 주택이나 저층 건물을 지을 때 목재 사용을 의무화·권장하는 정책도 나왔다. 특히 프랑스는 2024년 올림픽 때 레슬링·수영 경기장과 선수촌을 목재로 지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열린 2회 대한민국 목조 건축 박람회장의 모습. 월간 빌더 제공

한국도 해방 이전까진 목재 구조의 건물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경제 개발 시대를 거치면서 상업·업무용 건물은 물론이고 주택까지 철근 콘크리트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주택에서 목조 건물이 사라진 이유는 아파트 보급이 결정적 이유였다.

강태웅 단국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목조건축위원장)는 “탄소 중립이나 재료의 장점 외에 건설 현장에서 숙련된 인력의 부족도 목조 건축을 요구한다. 사전 제작·현장 조립 방식으로 현장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재는 노동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뀌는 건설 현장에 적합한 재료”라고 말했다.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여러 여건상 목조 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현재 소규모 건축에선 철근 콘크리트보다 목재가 비싸지 않지만 대규모 건물은 아직 비싸다. 또 국산 목재가 수입산보다 더 비싸기도 하다.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이런 단점들을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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