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멕시코 마약 카르텔, 수장 제거해도 시스템 안 무너져”

윤연정 기자 2026. 3. 19. 05: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비드 모라 국제위기그룹(ICG) 선임 분석가
국제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 분석가인 다비드 모라 연구원. 본인 제공

“멕시코 카르텔은 이제 단순한 범죄 집단이 아니라 하나의 ‘지배 구조’가 됐습니다. 수장을 제거해도 시스템은 안 무너지죠. 오히려 조직이 파편화되면서 폭력이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국제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선임 분석가 다비드 모라 연구원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13일 한겨레와의 화상·메신저 인터뷰에서 최근 멕시코 최대 범죄조직의 수장 제거 작전의 파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멕시코 조직범죄와 치안 정책을 분석해 온 전문가다.

지난달 22일 멕시코군이 최대 범죄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엘 멘초)를 사살했다. 당시 미군 주도의 ‘합동 범정부 카르텔 대응 태스크포스’가 지원했지만, 작전은 멕시코군이 단독 수행됐다.

모라 연구원은 이번 작전의 정치적 의미를 먼저 짚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취임 전 전임 정부의 ‘총알 대신 포옹’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집권 이후에는 보다 강경한 대응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로 셰인바움 정부는 지난달 말 기준 카르텔·조직범죄 등 중대 범죄 관련 용의자 4만6405명을 체포했다. 특히 멕시코군 단독 작전으로 엘 멘초를 제거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큰 성과’이자 셰인바움 정부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2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엘 멘초’가 사살된 이후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엘 멘초 사망 이후 멕시코 전역에서는 폭력 사태와 도로 봉쇄가 잇따랐다. EPA 연합뉴스

그러나 그는 이번 작전이 오히려 폭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적 영향력을 지닌 카르텔 수장이 사망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차기 지도자를 둘러싼 승계 경쟁이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 범죄 세계 전반에서 권력을 둘러싼 “재편 과정”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강한 군사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마약 밀매를 비롯한 여러 불법 산업에 관여하며 연료 절도 등 다른 카르텔의 사업 영역까지 손을 뻗어 전국 각지로 세력을 확장해 온 조직이다.

이들의 전국적 영향력은 엘 멘초 사망 직후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엘 멘초 제거 직후 최소 20개 주에서 도로 봉쇄와 주유소·상점 방화 등 동시다발적인 보복 사태가 발생했다. 그는 이러한 대응이 “매우 조직적이고 정교하게 조정된 대응”이었다며, 태평양 연안과 미국 국경, 멕시코만과 카리브해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보복이 이어진 것은 해당 카르텔의 전국적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료 절도 사업을 두고 경쟁해 온 과나후아토의 산타 로사 데 리마 카르텔 등 여러 지역 조직들이 이를 세력 확장의 기회로 삼아 충돌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이 경우 멕시코 전역에서 폭력 충돌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한 화물차가 불에 탄 버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엘 멘초 사망 이후 멕시코 전역에서는 폭력 사태와 도로 봉쇄가 잇따랐다. AFP 연합뉴스

더 나아가 이번 작전은 과거 멕시코에서 반복돼 온 ‘킹핀 전략’(조직 수장을 제거해 붕괴를 유도하는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라 연구원은 “엘 멘초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 내부에 권력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며 “조직 전체를 장악할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지역 대장들 사이의 내분과 경쟁 조직과의 영토 분쟁이 발생해 중장기적으로 폭력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적으로 시날로아 카르텔도 지도부 체포 이후 ‘로스 차피토스’와 ‘로스 마요스’ 등 여러 파벌로 분열돼 내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모라 연구원은 멕시코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범죄적 지배 구조’의 해체를 꼽았다. 카르텔이 단순한 마약 조직을 넘어 지방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정치권을 포섭해 사실상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할리스코주 테킬라 시장이 카르텔 결탁 혐의로 체포된 사례를 언급하며 “부패 정치와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군사 작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그 외에도 주, 연방 공무원은 물론 검찰 공무원까지 매수해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 펜타닐 공급망 역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엘 멘초의 죽음이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다면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멕시코와 미국의 펜타닐 가격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공급망이 이미 고도로 분산돼 있고 다른 소규모 조직들이 공백을 즉각 메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에서 군사 작전 중 사살된 카르텔 지도자 ‘엘 멘초’의 시신이 안치된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한 라파스 장례식장 인근에서 멕시코 국가방위대 대원이 지난 1일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결국 관건은 셰인바움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다. 모라 연구원은 “범죄 조직과 정치권의 연결을 끊으려면 대통령이 자신의 당 내부 인사들과도 맞서야 한다”며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7년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기반이 더 강화된다면 이러한 개혁을 추진할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지도자들과의 회동에서 카르텔 대응 군사 연합을 제안하며 군사적 소탕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국도 마약 수요 억제와 불법 무기 유입 차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밀매 경로 국가인 콜롬비아·멕시코 대통령은 초청되지 않았다. 모라 연구원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마약왕의 머리를 잘라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멕시코 정부는 민간인을 보호하고 범죄 조직의 신규 인력 유입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카르텔이 뿌리내린 정치·금융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