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건너뛴 ‘이란의 핵 위협’…미 국가정보국 청문회 ‘전쟁 명분’ 논쟁

김원철 기자 2026. 3. 19.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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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하트 상원 사무동에서 열린 ‘전 세계 위협’ 관련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 정보당국 수장들이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력 팽창과 러시아와 밀착이 한·미·일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이란 정권의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고도 평가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이란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실제로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북한, 러 파병으로 실전 경험 축적

미 국가정보국(DNI)이 청문회를 앞두고 18일(현지시각) 공개한 ‘2026 연례 위협 평가(ATA)’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억지력 강화를 위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보고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군사력, 사이버 공격 능력, 비대칭 전력 등이 결합해 한·미·일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확보했으며, 향후에도 핵탄두와 운반 수단을 지속해서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2024년 러시아의 쿠르스크 전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1만 1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다고도 명시했다. 러시아 지원을 통해 북한군은 21세기 현대전의 귀중한 전투 경험과 장비를 획득하며 군사 역량을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과거 핵·미사일 실험으로 냉각됐던 중국과의 관계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도로 지난해부터 다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후원국으로 남아있다고 파악됐다.

자금 조달 방식도 더욱 대담해졌다. 보고서와 서면 진술에 따르면 북한은 정교하고 기민한 사이버 프로그램을 가동해 지난해에만 약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탈취했다. 이는 2018년 대북 제재 발효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외화 수입으로, 전략 무기 프로그램 고도화의 핵심 자금줄이 되고 있다.

이란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제시됐다. 정보당국은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 이후 이란 정권은 유지되고 있지만 군사력은 크게 약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사일 생산 능력과 무인기(UAV) 전력 등 핵심 군사 기반이 타격을 입으면서 전력 투사 능력이 제한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이 장기적으로 군사력을 재건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정보당국은 적대적 정권이 유지될 경우 향후 수년에 걸쳐 미사일과 무인기 전력을 다시 구축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위협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잠재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됐다. 보고서는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핵 프로그램 재개 여부도 주요 변수라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지난해 12일 전쟁과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러시아·중국·북한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두 경우 모두 실제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했다고도 평가했다. 이는 이들 4개국의 협력이 일부 사안에 한정된 양자 관계에 그치며,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실질적 연대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개버드 DNI 국장, 이란 핵 관련 서면 진술 ‘의도적 누락’ 파장

이날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군사작전 정당성 문제였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은 청문회 출석 전 의회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 “지난해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결과로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은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이후 농축 능력을 재건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었다”고 명시했다. 폭격당한 지하 시설 입구는 시멘트로 막히고 매몰되었다는 구체적 정보도 포함됐다.

하지만 개버드 국장은 실제 모두발언에서는 해당 문단을 통째로 건너뛰고 읽지 않았다. 이에 마크 워너 정보위 부위원장과 존 오소프 상원의원(이상 민주당) 등은 백악관이 개전 명분으로 내세운 ‘이란의 임박한 핵 위협’과 정보당국의 평가가 정면으로 모순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발언을 누락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개버드 국장은 “시간이 지연되어 발언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예견됐나…“자초한 경제 위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접국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론 와이든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전 세계적 유가 급등과 경제 충격을 언급하며, 정보당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위협을 사전에 경고했는지 따져 물었다.

개버드 국장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은 미 정보당국(IC)의 오랜 평가 및 분석 내용 중 하나였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개전 전 이러한 부작용을 대통령에게 명확히 보고했느냐”고 묻자 답변을 회피했다. 이는 분쟁 발발 뒤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으로,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충분히 예견된 위험을 무시하고 전쟁을 강행해 글로벌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박한 위협 없었다” vs “수십 년 묵은 구조적 위협”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전날 “이란의 임박한 위협은 없었다”며 사임한 것과 관련해,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 국장은 강한 반대 입장을 냈다. 랫클리프 국장은 ‘이란은 외교 협상장에서 한 가지를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정반대였다’며 이란이 협상 기간에도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권을 ‘지난 47년간 중동의 가장 불안정한 요인으로, 역대 행정부의 정책이 키워온 구조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번 작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한편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민주당)은 올해 연례 위협 평가(ATA) 보고서에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 위협’에 대한 내용이 완전히 빠진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개버드 국장이 지난 1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선거 사무소의 투표용지 압수 현장에 동행한 것을 두고 질타가 이어졌다. 개버드 국장이 “대통령의 요청으로 갔다”고 답변하면서 국정 최고 정보수장이 외국 위협 대신 국내 정치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거세게 이어졌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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