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초급 개발자 대체 비상상황” 일자리 직격탄 맞은 청년들
IT-과학-기술 13년만에 최대폭 감소

18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3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0만5000명 줄어든 것으로 산업분류가 개편된 2013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는 연구개발업, 변호사·회계사 같은 전문 서비스업이 들어간다. 이들 업종은 주로 머리를 쓰는 두뇌 노동 영역으로, 이제까지 고급 일자리로 각광받았던 분야다. AI 프로그램을 돌려서 받을 수 있는 결과물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면서 AI 일자리 위협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층 취업 한파는 여전하다.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16만3000명 줄어든 326만2000명이었다. 1982년 7월 월간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적었다. 전 연령대 중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대가 유일했다.

전문-과학-기술 10만여명 감소
AI 활용 늘어나며 신입 채용 줄여
청년 선호 전문직-IT 일자리 급감
“청년에 일 경험 제공 생태계 필요”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김준혁 씨(22)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걱정이 커졌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씨는 “AI가 초급 개발자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채용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더 감소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았던 IT 분야, 청년들이 선호하던 전문직에서 취업자 수 감소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일자리가 늘다 보니 조금만 줄어도 기저효과 탓에 감소 폭이 커 보이는 효과도 있지만, AI발(發) 고용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자 감소의 표면적 이유는 그동안 고용이 늘었던 기저효과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과거 5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며 “해당 산업에는 건축기술, 엔지니어링 서비스가 포함되는데 건설업 업황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이 대거 포함돼 있는 만큼 AI의 일자리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등을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으로 분류했다.
코딩, 법률, 금융 등에서는 지식노동을 할 수 있는 AI 업무 도구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미국 증시에선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론까지 퍼지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정부는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나 현 단계에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면서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일수록 청년층 채용에 신중해지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청년층 고용 기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3000명 감소하며 역대 최소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3만4000명 늘면서 지난해 9월(31만2000명)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0대 고용 위축은 두드러진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1년 전과 비교해 0.8%포인트 하락한 58.2%로 나타났다. 고용률이 낮아진 연령대는 20대뿐이다. 국내 고용시장의 핵심 축인 제조업과 건설업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의 고용도 줄어든 탓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며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도 신입 채용이 줄고 있다”며 “정부가 재계, 노동계, 업종별 단체를 연결해 청년층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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