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DMZ 지뢰밭 들어가는 꼴"... 전직 구축함장들이 보는 호르무즈 파병

구현모 2026. 3. 1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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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폭 호르무즈해협, 미국도 못 들어가"
청해부대 '전시 대비' 안 되어 있어 투입 불가
봉쇄 장기화 시 투입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2023년 5월 청해부대 39진 충무공이순신함(앞)이 아덴만 인근 해상에서 이탈리아 해군 리조함(Luigi Rizzo)과 연합협력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때릴 수 있는 쉬운 목표물이 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한국 등 동맹국들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파병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전황에 따라 언제든 군함 투입 압박이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병하게 될 경우 그 위험성을 지금부터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한국일보는 18일 구축함장을 지내며 실제 어려운 작전에 여러 차례 투입된 경험이 있는 해군 제독 3인의 분석을 들어봤다. 특히 광개토대왕함장을 지낸 황기철 전 해군총장은 2011년 호르무즈해협 인근인 아덴만에서 여명작전을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해협 작전의 위험성을 분석했다.

해군 제독 3인은 이란의 기뢰, 드론·미사일 등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좁은 수역 안으로 준비가 덜 된 구축함을 밀어넣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황 전 총장은 "호르무즈해협은 양옆에서 배가 지나가는 것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좁다"면서 "그곳에 기뢰가 깔렸다면 미국 전투 군함도 들어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작전 중 이란의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배 밑에서 기뢰가 터진다면 높은 확률로 침몰하게 될 것이란 게 황 전 총장의 예상이다.

최영함장, 해군참모차장을 지낸 김현일 전 차장도 "일반적인 작전 개념은 기뢰를 먼저 제거하고 그다음 구축함과 같은 군함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기뢰제거 없이 호르무즈를 간다는 것은 '눈 감고 지뢰밭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청해부대가 투입된다면 이란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김 전 차장은 "대조영함도 자체 방어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좁은 수로에서는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때릴 수 있는 굉장히 쉬운 목표물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선박들이 침몰할 경우 해당 항로가 막히게 되기 때문에 우리 군함이 들어갔다가 꼼싹달싹 못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방어를 위한 무장, 탄약도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문무대왕함장을 지낸 김진형 전 해군 군수사령관은 "(청해부대는) 현재 적재한 것으로는 전시 상황에서 작전지속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제한적 전투 능력은 갖추고 있겠지만 해적 퇴치, 선박 호송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전투해역에서 대(對)기뢰전이나, 대드론 전투에 대한 개념 설정이 안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의 대조영함은 SM2 대공미사일, RAM 대공미사일과 근접방어 기관포인 30㎜ 골키퍼 등을 갖추고 있다. 적의 공격 시 항공기 등에는 대응을 할 수 있어도 탄도미사일이나 벌떼 드론, 자폭 무인 잠수정과 같은 이란의 비대칭 전력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게 김 전 사령관의 설명이다.


이란과 협상이 먼저, 방어적 임무만 수행 가능

이들은 소해(기뢰제거) 작전이 끝나고 기뢰 위협이 제거되기 전까진 청해부대뿐 아니라 다른 군함도 파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현일 전 차장은 "(군함을) 보내지 않는 것이 맞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함정을 보내라는 것은 군의 프로토콜(규약)에도 맞지 않고 정상적인 검토 없이 이뤄진 요청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기철 전 총장은 "해군 소해함정은 12척밖에 없고 작은 배라서 호르무즈해협까지 이동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한반도 안보상황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진형 전 사령관은 미국과 동시에 이란과도 외교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의도적으로 우리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 이상 군함 투입보다 외교 채널이 먼저 가동되어야 한다"면서 "우리 선박에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필요시 경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군함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황 전 총장은 "기뢰 등 위협이 제거된다면 궁극적으로는 함정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원유 수송선을 비롯해 우리 선박들이 다녀야 하는데 군함을 보내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 우리 선박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황 전 총장은 "구축함 한 척만 보내서는 안 된다"면서 "승조원의 피로도 문제, 배 정비 문제 등을 감안하면 2척 이상은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군함이 가더라도 미국의 군사작전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선박 호송 등 방어적 임무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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