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향한 선전포고 '유해야생동물' 제도… 누가 누굴 유해하다고 하나

2026. 3. 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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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의 생태소양]
<2> 유해야생동물 제도
제도 근거로 "비둘이 먹이 금지" 경고문
자연환경 대변할 부처가 목록 관리 '모순'
청설모·참새·까치·꿩도 '블랙리스트' 올라
유례없어... 해외는 '외래종·침입종' 표현
'유해 존재' 지정·살상은 반생태·반윤리적
서울 강서구 강서습지에서 고라니가 주변을 살피고 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제공

생태에 대한 소양이 절실한 시대이다. 이것이 이 칼럼의 주제이자 주장하는 바다. 생태를 모르고 삶에서 반영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현대인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대적 사명이다. 생태소양이란 생명의 이치에 대해 알고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첫 회차에서 나름의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생명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일이 그렇듯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생태소양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도 앞서 강조했었다. 바로 소위 전문가들이 저지르는 반생태적 행위를 감시·견제 하기 위해서다. 학식과 명망 있는 박사님들이 반생태적인 일을 자행한다? 혹자는 놀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자연생태 분야 전공자들이 대부분 국가의 녹을 먹거나 연구비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현상이 무엇보다 두드러진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유해야생동물 제도다.

유해야생동물! 이미 버젓한 용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이 말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언어적 딱지에 관련 문제들이 잘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창밖을 보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풀들, 날아다니는 새와 곤충들, 자연이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게 존재한다. 이 자연에 유해 또는 무해하다는 지극히 인위적이고 철학적으로 빈곤한 개념을 덧씌우는 행위를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억지스럽고, 얼토당토않고, 부당하고, 편협한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누가 누구를 감히 유해하다고 한단 말인가 하는 탄식이 저절로 터진다.

그러나 말을 문제 삼기에는 이미 유해야생동물은 굳건히 자리를 잡은 제도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어떤 세부적인 정부 문서가 아니라, 이젠 사회문화적인 힘을 가진 개념이자 행동지침으로 그 세력을 뻗쳐 나가고 있다. 웬만한 일반 시민들도 이 단어를 알고 사용하며 서로의 행동을 구속하는 데 사용한다. 가령 곳곳에 붙은 비둘기 관련 대자보를 보라. 유해야생동물이라는 근거로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가 강렬한 폰트로 걸려있다. 심지어는 먹이 주는 행동 그 자체가 사랑이 아닌 학대라는 기상천외한 개념의 전복도 눈에 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아파트 단지 인근 전봇대에 걸린 현수막에 '비둘기 먹이주기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단에 부착자를 '서대문구청 푸른도시과'라고 밝혔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제공

유해야생동물은 그 목록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작성해 관리한다는 자체부터 근본적으로 모순인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 같은 부처에서 해도 문제가 될 판에 국가의 자연환경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자국 자연의 살생부이자 블랙리스트를 만든다? 이는 부처의 존립 근거 자체를 스스로 해하는 격이자, 더 나아가 국민들로 하여금 야생동물을 적대시하고 자연에 등을 돌리게 하는 데 앞장서는 정반대의 취지를 구현하는 행위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고양시는 관할구역 내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을 강화했다. 그런데 백신접종과 예찰활동 등의 조치와 함께 등장한 것이 비둘기 퇴치였다. 그 이유인즉슨 비둘기가 구제역의 전파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고양시 방역팀에서는 파주시와 '연합상륙작전'으로 비둘기 소탕을 추진한다는 조롱 투의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비둘기가 전파요인이 아니라는 반대의 근거만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2002년 농림부는 구제역 역할 자체 조사를 실시해 비둘기, 까치, 참새 총 83마리를 포획해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와 구제역 매개체가 아닌 것이 판명 났던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과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를 죽이고 또 죽이는 행위를 들뜬 어조로 표현하는 이유는 바로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제도와 개념이 점유하고 있는 정당성 때문이다.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어버리면 그들을 공격하고 해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 되는 현상. 이는 인류 역사에서 그토록 케케묵은 가장 전형적인 죄악으로 민족을 말살하고 소수를 핍박한, 바로 그 동일한 논리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자연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월 20일 경기 용인시 천주교용인공원묘원에서 까치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유해야생동물에 오른 종들을 보라! 멧돼지, 고라니, 청설모, 두더지, 참새, 직박구리, 까마귀, 떼까마귀, 꿩, 멧비둘기, 집비둘기, 까치, 어치. 여기에 아무런 생물학적 구체성도 없는 '오리류', '쥐류'도 대충 싸잡아서 포함돼 있다. 어떻게 들리는 목록인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이 압도해버린 환경에 그나마 적응한 종들이 아닌가? 그렇다. 이 목록은 그저 한국의 자생동물 목록이다. 한때 설날과 반가운 손님을 뜻하던 까치도, 전깃줄 위에 앉아 유머의 소재가 되었던 참새도, 전래동화의 단골손님인 꿩도 이제는 그저 유해하기만 한 동물일 뿐이다. 이 역사적 유턴, 문화적 배반, 사회적 협잡은 반생태적인 것은 물론, 반생명적이고 그래서 지극히 비윤리적이다.

이런 종류의 유해야생동물 목록은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외래종 또는 침입종으로 유사 목록을 만들거나, 자생종의 경우 문제적 동물(nuisance animal)과 같이 훨씬 뉘앙스를 담은 표현을 쓰고 있다. 인간보다도 그 땅에서 산 지가 오래된 자국의 야생동물들을 대놓고 '유해하다'라는 주홍글씨를 쓰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그 목록은 늘어만 가고 있다. 2009년에 집비둘기가 추가된 후, 2023년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멤버십의 소유자가 되는 불운을 맞이했다. 2025년 6월에는 하남시가 오소리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했다. 시민 13명이 오소리로 인해 경미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같은 해 말 제주도는 꽃사슴을 유해동물로 조례 지정을 했다. 그래서 업계에서 떠도는 '농담'이 있다. 조만간 대한민국 모든 동물이 유해동물이 될 거라 말이다.

어떤 동물이 농업에 피해를 준다 해서 유해하다는 낙인을 찍을 순 없다. 농업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관계는 농업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풀어야 할 숙제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한쪽을 유해한 존재로 지정하고 살상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으며 생태적, 윤리적으로 부당하다. 작물의 손해는 방지 기술의 개발·적용, 적절한 보상과 교육, 그리고 생태적 복원의 복합적 접근으로 대응해야 한다. 생태적 복원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와일딩(rewilding)은 다음 회차에서 다루고자 한다. 전쟁으로 얼룩진 오늘날의 시대상이 말해주듯, 적대적·대결적 자세는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 유해야생동물은 자연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지금이라도 멈추고 새출발을 해야 한다. 야생과 공존의 세상으로.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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