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주자’ 앞서가는 루비오, 주춤하는 밴스

김지원 기자 2026. 3. 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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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트럼프 후계자’ 대외정책서 희비
1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JD 밴스(왼쪽) 미 부통령이 기자들의 쿠바 관련 질의에 답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지켜보고 있다./EPA 연합뉴스

“핵심은 쿠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옛 소련과 베네수엘라의 지원으로 버텼지만, 이제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죠. 그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지도자들은 해결책을 모릅니다. 따라서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쿠바의 현황과 향후 청사진을 막힘 없이 설명해 나갔다. 극심한 에너지난으로 체제 붕괴 위기에 놓인 쿠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가 “마코, 당신이 몇 마디 해보라”며 발언 기회를 준 것이다. 평소 적극적으로 언론을 상대하는 트럼프가 루비오에게 마이크를 돌린 이 장면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둘 사이에 앉은 J D 밴스 부통령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최근 격동하는 미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잠재적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목돼 온 루비오와 밴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쿠바를 포함한 서반구 패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 루비오가 트럼프의 전폭적 신임을 얻은 반면, 대외 개입에 회의적인 밴스는 이란 전쟁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돈로주의’ 사령관 떠오른 루비오

루비오는 서반구에서 외부 세력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미 언론은 루비오를 ‘베네수엘라 총독’으로 표현했다. 실제 루비오는 과도 정부와의 소통을 도맡으며 사실상 베네수엘라 정국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가 미국의 다음 타깃으로 떠오르면서 루비오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쿠바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온 그는 현재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금지 등 쿠바에 대한 압박을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루비오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쿠바도 곧 무너질 것”이라며 “그래서 마코를 그쪽으로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1월엔 소셜미디어에서 “쿠바 정권이 무너지면 루비오가 다음 쿠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글을 공유하며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는 루비오는 트럼프의 외교 및 군사·안보 관련 핵심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마두로 체포와 이란 공습이라는 ‘결정적 순간’에 열린 안보 회의에서 루비오가 트럼프 곁을 지킨 반면, 밴스는 화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루비오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언급된다.

◇존재감 약해진 ‘고립주의자’ 밴스

반면 루비오와 함께 트럼프의 잠재적 후계자로 불렸던 밴스는 최근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밴스는 이란 전쟁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연일 소셜미디어·인터뷰를 통해 작전 성과를 발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최근 기자들이 “이란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했냐”고 묻자 “기밀 회의에서 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여기엔 해외 군사 개입에 회의적인 밴스의 성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전 참전 경험이 있는 밴스는 상원 의원 시절부터 대표적인 ‘고립주의자’로 불렸다. 실제로 2023년 언론 기고에서 밴스는 이라크 침공, 아프가니스탄 전쟁, 리비아 정권 교체 등 중동에서 미국이 진행한 군사 작전을 거론하며 “막대한 비용과 인명 피해를 초래했지만 장기적 국익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점”을 꼽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밴스가 2028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란 전쟁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매가(MAGA)’ 진영에서 ‘이란 전쟁은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밴스는 최근 2주간 소셜미디어 활동을 크게 줄였고, 이란 관련 게시물 역시 전사자 추모나 트럼프 발언 공유에 그치고 있다”며 “강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밴스가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치러질 중간선거가 밴스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밴스는 공화당에서 자금 모금과 후보자 선거 운동을 담당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가 당의 참패를 막는 데 기여한다면 정치적 인기가 급상승할 수 있지만, 선거 결과가 참담할 경우 당은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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