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크라 침략 범죄의 공범… 김정은, 특별재판소 법정에 세워야”

안준현 기자 2026. 3. 1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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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러 전쟁범죄 조사기관 ‘트루스하운즈’ 드미트로 코발 공동대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드미트로 코발 키이우 모힐라 국립대학교 부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북한은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의 공범입니다. 김정은 남매도 특별재판소 법정에 설 것입니다.”

18일 서울을 찾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전쟁범죄 전문 조사기관 ‘트루스하운즈(Truth Hounds)’의 드미트로 코발(39) 공동대표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키이우 모힐라 아카데미 국립대학교 국제·유럽법학과 부교수를 겸임하는 그는 19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침략범죄 특별재판소와 북한 지도부 책임 규명’ 국제 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2014년 설립된 트루스하운즈는 현재까지 수천 명의 피해자·목격자를 인터뷰하고 200건 이상의 범죄 수사에 기여했다.

코발 대표는 무력분쟁과 문화유산 보호를 연구하는 법학자였다. 폴란드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2016년, 처음으로 루한스크 현장조사에 나섰다. 루한스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직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곳으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먼저 전쟁에 휩싸인 지역이다. 그 경험이 진로를 바꿨다. 추상적인 국제법 연구에서 전쟁범죄와 인권침해를 직접 조사·기록하는 실무로 방향을 틀었다.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박물관과 극장들을 “우크라이나 정체성의 핵심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유네스코 헤이그 제2의정서 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로도 활동했다.

그 연장에서 코발 대표는 북한을 주목했다. 그는 80년 전 나치 독일에 대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의 사례를 적용해 북한 지도부를 기소할 수 있다고 했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침략을 직접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진행 중인 침략에 합류한 이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침략 계획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카를 되니츠 제독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북한군 파병도 이 원칙에 들어맞습니다.”

현직 국가원수·정부수반·외교장관은 ‘트로이카 면제(국가의 대외대표 3인에게 국제관습법상 인정돼 온 형사면제)’로 재직 중 기소가 제한되지만 코발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위를 잃는 순간 면제권도 사라진다”고 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기소된 것과 같은 원리다. 반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트로이카에 해당하는 공식 직책이 없어 즉각 기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피고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재판의 실효성을 묻자 코발 대표는 “침략 사실을 국제사법기관이 공식 확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푸틴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이 때문에 푸틴은 (ICC 회원국인) 브라질·남아공 방문을 포기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2027년 중순 특별재판소 출범을 목표로 한다. 코발 대표는 한국의 합류를 촉구하며 “한국이 참여하면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 국가도 함께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5년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2514명이 숨져 전년보다 31% 늘었다. 밤마다 울리는 공습 경보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었고,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하루 두세 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수십 년 만의 혹한이었던 지난 겨울엔 난방까지 끊겼다. 코발 대표는 “가족 중 전사자나 사망자가 없는 난 운이 좋은 편이다”라며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전쟁법을 공부하던 어느 학생이 “민간인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내 가족이 희생됐다”며 학업을 포기했다는 일화를 전할 때는 감정이 북받쳐올라 잠시 말을 멈췄다.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가 이러한 전쟁의 공포를 매일같이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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